[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곽재용 감독이란 이름은 ‘엽기적인 그녀’(2001, 488만여 명)와 ‘클래식’(2003, 154만여 명)으로써 한때 국내 로맨틱 코미디의 간판 격이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매 작품마다 기대는 주지만 번번이 그걸 무너뜨리는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의 ‘해피 뉴 이어’는 다르다.예전보다 발랄함은 떨어지지만 원숙함이 있다. 과감함은 부족하지만 안정감이 크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아르키메데스의 나선으로 변화했다. 서울 한복판 EMROSS 호텔. 캡틴 소진(한지민)은 15년째 고교 동창생 승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자객 섭은낭’(허우샤오시엔 감독, 2015)은 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감독상을 안겨 준 예술 영화이다. 무협 영화가 아니다. 8세기 중엽 당나라의 세력이 쇠퇴하던 시절. 번진(절도사를 최고 권력자로 한 일종의 지방자치단체)의 힘이 번성했는데 위박 절도사 전계안(장첸)이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그는 조정의 가성 공주가 위박으로 시집온 뒤 들인 양자. 일찍이 정혼녀로 섭은낭(수치)이 있었지만 가성 공주는 위박의 미래를 위해 권세가였던 전 씨의 딸과 정략결혼을 시키고, 은낭은 제 쌍둥이 동생인 여도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존 와츠 감독)은 MCU 페이즈 3의 마무리,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이 던진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버라이어티 선물 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미와 감동을 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를 죽인 스파이더맨에 대한 비난이 쇄도한다.미스테리오는 죽으면서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톰 홀랜드)라고 알렸고, 대중은 지구를 지키려던 그를 스파이더맨이 죽였다며 공공의 적으로 규정한다. 그런 프로파간다의 선두는 TV 데일리 버글이다. 일상생활이 무너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데스틴 크리튼 감독)은 ‘블랙 위도우’에 이은 MCU 페이즈4의 두 번째 작품이다. 고대. 텐 링즈를 손에 넣어 최강의 전투력을 갖추고 불사의 몸이 된 웬우(량차오웨이)는 자신의 군대를 결성하고 전 세계를 점령해 간다. 20년 전 그는 신비한 동물들이 사는 별세상 탈로에 침입한다.그는 입구를 지키는 여자 리(천파라)에게 패배하지만 서로 사랑에 빠진다. 둘은 탈로를 떠나 조직을 해체하고 텐 링즈를 갈무리한 뒤 샹치(시무 리우)와 쑤(장멍) 남매를 낳고 평범하게 산다. 웬우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트맨 영화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제외하면 팀 버튼의 ‘배트맨 2’(1992)가 최고로 평가받는다. 겨울날 고담 시 귀족 집안에서 오스왈드(대니 드 비토)가 태어나지만 돌연변이인지라 부모가 하수구에 버린다. 그는 고담 지하 깊은 곳에서 펭귄들과 33년을 보낸다.대기업을 운영하는 맥스(크리스토퍼 월켄)가 뒤에서 시장을 조정하고 있다, 시장이 맥스를 선전해 주는 행사가 열릴 때 오스왈드와 부하들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맥스를 체포해 간다. 오스왈드는 이제 지하에서 지상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폴 앤더슨 감독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감독, 제작자이자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으로 유명하지만 초창기 ‘이벤트 호라이즌’(1997)이라는 호러 SF 걸작을 남기기도 했다. 서기 2040년.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여행하던 탐사선 이벤트 호라이즌이 실종된다. 7년 후 그보다 작은 우주선 루이스 앤 클락이 파견된다.호라이즌에서 희미하게 생존 신호를 확인한 미국 우주국이 여러 가지 의문점과 생존자 확인을 위해 보낸 것. 선장 밀러(로렌스 피시번)를 리더로 한 이 구조대에는 이벤트 호라이즌을 제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의 ‘데드 돈 다이’(2019)는 평범한 상업적 좀비 영화가 아닌, 정치, 사회적 메타포를 내포한 캠페인성 작품이다. 조용한 마을 센터빌. 극지방 자원 채취로 지구가 자전축에서 살짝 벗어나는 바람에 공동묘지에 묻힌 시체들이 살아나 사람들을 물어뜯는다.경찰 로니(아담 드라이버), 여경 민디(클로에 세비니), 서장 클리프(빌 머레이)는 마을을 지키려 애쓰지만 좀비에 물려 좀비가 된 자들이 늘어만 간다. 공동묘지를 인수한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튼)는 사무라이 검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일제강점기가 막을 내린 지 76년도 넘었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와 직결되는 재일 동포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콘텐츠는 의외로 적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김철민 감독)는 바로 그 고뇌에 대해 깊게 파고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9세기 말 고종의 조선은 열강들의 제국주의가 이빨을 다투는 야욕의 무대가 된다.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결과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조선에서 대한 제국이라는 허울뿐인 근대적 국가로 탈바꿈‘된’다. 35년 만에 독립을 이루지만 허리가 잘려 남과 북으로 갈라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즐겨도 무난한 상업 서스펜스 영화이지만 ‘고스트버스터즈’ 1, 2편을 예습하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 있다. 1984년 뉴욕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유령 사냥꾼 고스트버스터즈로 활약했던 이곤(해롤드 래미스)은 2020년 시골 서머빌에 칩거 중이다.아내와 딸을 외면한 채 무언가에 골몰하던 이곤은 서머빌 ‘흙 농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진다. 16살, 12살 남매 트레버(핀 울프하드),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를 홀로 키우며 살던 이곤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F 소설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1984년 컬트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가 ‘사구’로 영화화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는 21세기의 대표적인 천재 감독 중 하나인 드니 빌뇌브가 리메이크한 ‘듄’이 상영 중이다. ‘사구’와 달리 연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린치는 4시간짜리로 찍은 뒤 3시간짜리까지 타협했지만 유니버설 등 투자자들은 2시간짜리를 고집했고, 결국 141분으로 개봉되는 바람에 내용이 많은 면에서 설득력을 잃었다며 ‘듄’은 서막임에도 무려 15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동리의 걸작 단편 소설(1936)을 최초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는 원작의 재미, 중립, 철학을 극대화한 예술성이 돋보인다. 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게 지극히 당연한, K-애니메이션의 상전벽해이다.유난히 예술을 사랑한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그림 무녀도에 관한 사연을 화자가 내레이션으로 펼쳐 나가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주 외곽에 사는 무녀 모화(소냐)는 홀로 혼외 아들 욱이(김다현)와 수양딸 낭이(안정아)를 키운다. 제 미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베어’, ‘연인’의 장 자크 아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 무비 감독이다. 그런데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는 그의 이전 작품과는 달리 커다란 재미를 선사하는 상업 영화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가을. 나치는 유럽 대륙을 유린한 뒤 미국 동맹국인 소련의 마지막 보루 스탈린그라드를 침공한다.기세등등한 독일군의 파상 공세는 전쟁 물자까지 부족한 소련군을 파죽지세로 짓밟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소련군 정치 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는 선전 전단을 뿌리기 위하여 전장의 한복판에 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울프’(1994)는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하고 연기파의 대명사 잭 니콜슨이 주연을 맡은 호러 영화이다. 니콜슨의 명연기도 훌륭하지만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로 가장 빛나는 미모를 뽐낸 미셸 파이퍼의 충만한 매력을 감상하는 게 덤이다. 50대의 윌(니콜슨)은 뉴욕 유력 출판사의 편집장이다.억만장자 알든이 출판사를 인수하는 중이고, 윌의 후배 스튜어트(제임스 스페이더)가 편집장 자리를 노려 그에게 아부하고 있다. 윌은 출장 갔다 돌아오는 한밤 시골길에서 늑대를 친 뒤 차에서 내려 확인하다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는? 비주얼이다. 그림이 볼 만하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오락용이다. 재미있거나 최소한 웃음을 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줘야 한다. 예술이다.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거나 “나 그 영화 봤어. 좋아해.”라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킬링 타임용이라지만 기억에 남아야 한다.가장 프랑스인다운 영화를 만드는 미국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결코 쉽지 않음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그런 그가 오는 18일 새 작품 ‘프렌치 디스패치’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전술한 그의 모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91년 4월 26일 서울 명지대학교 앞에서 ‘학원 자주화 완전 승리와 노태우 정권 타도 및 총학생회장 구출을 위한 결의 대회’가 개최되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은 그 악명 높은 백골단(사복 전경)을 투입했고, 신입생 강경대(19)는 그들이 무자비하게 휘두른 쇠 파이프에 두부를 맞아 사망했다.27일부터 대학생들은 노태우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연세대학교에서 규탄 대회를 벌였는데 이는 전국 20개 대학에서의 강경대 폭행 치사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쿵푸 허슬’(저우싱츠 감독, 2005)은 저우(주성치)가 연출은 물론 각색과 제작에 참여하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콜럼비아트라이스타가 투자, 배급한 블록버스터이다. 중국 B급 코미디의 대명사로서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 저우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만큼 많은 재미를 담고 있는 버라이어티 쇼이다.조직폭력배 도끼파가 경찰까지 쥐락펴락하는 1940년대 상하이.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중년의 한 부부는 빈민이 사는 돼지촌을 만들어 운영하며 살고 있다. 고아로 자란 부랑아 싱(저우)은 공갈로 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케이 팩스’(이안 소프틀리 감독, 2001)는 리처드 쉔크만 감독의 영리한 철학 SF ‘맨 프롬 어스’(2007)에 필적할 만한 수작이다. 어느 날 맨해튼 기차역에 허름한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프롯(케빈 스페이시)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경찰은 신분증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수상한 그를 정신 병원으로 보낸다.첫 결혼에 실패해 아들과 등을 돌렸지만 두 번째 결혼에서 두 딸을 얻어 행복하게 사는 파웰(제프 브리지스) 박사가 그의 치료를 맡는다. 프롯은 지구로부터 10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의 케이 팩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중 마지막인 ‘스파이더맨 3’(2007)는 흥행 성적 459만여 명이 증명하는 재미를 넘어선 수작이다.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절친’ 해리(제임스 프랭코)가 자신이 아버지(악당 그린 고블린)를 죽였다고 오해하고는 공격해 오자 반격하다 그에게 중상을 입힌다.병원에서 깨어난 해리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일부 기억을 잃고는 자신의 병석을 지킨 ‘절친’ 피터에게 고마워한다. 피터는 데일리 버글에서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데다 스파이더맨으로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가족과 그리움에 관한 신동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다. 혜정(김혜정, 노윤정)은 바람난 철부지 남편과 헤어진 뒤 큰아들 동민(신정웅)과 둘째 동휘마저 독립하자 홀로 노래방을 운영하며 산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동민을 부르자 그는 한걸음에 달려온다.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며 “얼마 전 아빠가 술 한잔하자며 찾아왔는데 새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한다. 자신과는 결혼식을 안 올렸다고, 그 여자에게는 동민만한 딸도 있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혜정은 유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담보’(강대규 감독, 2020)는 관객들을 울려 보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최루 영화이다.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는데 의외로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9)의 뛰어난 연기력과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의 귀여운 매력이 이 작품 속에 푹 빠지도록 만든다.1993년 인천. 중년의 두석(성동일)은 사채업을 하는 친구의 못 받은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을 동거인 종배(김희원)와 함께 하고 있다. 3달째 이자가 밀린 조선족 명자(김윤진)를 길거리에서 마주친 두석은 그녀의 9살 딸 승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