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사고로 근로능력을 상실한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됩니다. 이 때 손해배상청구는 소위 ‘손해 3분설’에 의해,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구성되는데, 소극적 손해와 관련하여 일실이익(수입)이 문제됩니다.

일실수입이란 피해자가 사고로 잃게 된 장래소득을 말하는데, 이때 일실수입은 은퇴할 때까지 남은 기간과 시간당 근로소득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됩니다.

위 손해 산정에 있어서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가 중요합니다. 즉, 가동일수가 길수록 피해자는 더 많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근로자의 일실수입을 산정할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주 5일 근무제 등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기존 경험칙으로 인정되던 22일이 아닌 18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4년 왼쪽 무릎 관절염을 수술받는 과정에서 의사 B의 의료과실에 따른 신경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한 채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명 '족하수' 증상이 발생해 영구적 보행장애 피해를 입게 되자, 의사 B 및 병원장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일실수입 산정 기준이 되는 월 근무일수를 기존 판례대로 22일로 적용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는 의료과실로 신체장애를 입게 된 A가 담당 의사인 B와 병원장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50009)에서 1심을 취소하고 "A에게 7,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도시 일용근로자 월 가동일수를 18일로 적용해 1심에서 인정된 6,000여만원의 일실수입을 5,100여만으로 낮춰 재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과 위자료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액 총액이 1심 7,800여만원에서 700만원가량 줄었습니다.

재판부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되고 레저산업이 발달돼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여유를 즐기려는 추세"라고 전제한 후, "1990년대 후반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처음 등장한 이후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주 5일 근무로 변경됐고, 같은 해 11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대체공휴일이 신설되는 등 법정근로일수는 줄고 공휴일은 증가했다"고 밝혔다습니다.

이어 "이는 정규근로자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단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도시 일용근로자와 관련된 고용형태별, 직종별, 산업별 월 가동일수는 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고, 이러한 감소 추세는 단순히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근로자들의 수입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1995년부터 정부노임단가가 폐지되고 시중노임단가에 의해 일용노임이 산정되고, 최근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된 점도 영향이 크다”

“결국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를 월 22일로 본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를 반영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단순노무 종사자 비정규근로자와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일수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 18일을 도시 일용근로자의 가동일수로 정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변화된 현황과 통계에 맞게 월 가동일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고, 일부 하급심에서 기존 가동일수인 22일과 달리 법원에 현저한 사실, 통계자료, 직종별 특성 등을 반영해 월 22일보다 적은 가동일수를 인정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위 판결은 그러한 주장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특히 근거를 기초한 구체적 논증으로 근본적으로 도시 일용근로자에 대한 월 가동일수 22일의 경험칙이 변경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데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추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최종적 입장 정리가 필요한 것이지만, 위 판결의 태도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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