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지하철이나 철도 노조가 태업(怠業)을 선언하더라도 운행이 중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열차편수가 줄어들거나 출발이 지연되면서 이용자들은 엄청 불편을 겪게 된다. 일을 하는 척하면서 작업능률을 떨어뜨리는 게 태업이다.

흔히 태업으로도 불리지만 사보타주(sabotage)는 원자재나 생산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중세 유럽에서 영주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나막신을 뜻하는 프랑스 말 사보(sabot)로 수확물을 짓밟은 데서 연유한 어원처럼 사보타주는 태업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파업은 일하기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고용주에 대해 항의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항의 표시 및 수단처럼 우리 몸에서도 살이 찌는 비만 때문에 수용을 거부하는 현상이 생기는데, 바로 ‘인슐린 저항’이라는 것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드는 호르몬으로 밥을 먹어서 소화된 혈중의 당분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우리가 먹은 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위, 소장을 통해 포도당 상태로 흡수되고, 인슐린이 문을 열어줘야 포도당이 에너지로 쓰여 지기 위해 근육세포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포도당을 만드는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른다. 혈당치가 급상승하면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대량의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당질을 세포 내로 흡수시켜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포도당이 간, 근육 등 세포에 흡수되면 체내 혈당이 줄어든다. 그러나 체내 저장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포도당을 섭취하면 나머지는 지방 세포에 쌓여 '중성지방'으로 변한다. 체내에 쌓인 중성지방을 흔히 체지방이라고 부른다.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이 많이 쌓여 살이 찌면 지방세포가 인슐린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으며 저항하는 때가 오게 된다. 지방세포는 우리가 굶을 때를 대비해 에너지원을 장기 비축하는 중성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문제는 지방저장이 과도해지면서 지방세포가 빵빵해져서 지방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다. 더 이상 저장할 방이 없는데도 인슐린이 지방세포에게 자꾸 혈당을 받아들여 중성지방을 만들라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태업 수준을 넘어서 사보타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인슐린을 블록킹하는 단계다.

이 때 만들어지는 것이 TNF-α와 같은 사이토카인 단백질이다. 인슐린 작용을 막아버리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TNF-α는 염증을 막아주기도 하고,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염증조절 물질인데, 지방세포에 지방이 많이 쌓을수록 염증유발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비만인 사람은 사실 만성염증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염증정도가 미세하고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은 점점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인슐린 저항이 있는 사람의 췌장은 정상인보다 인슐린을 몇 배나 더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췌장이 지치고 힘들어 저항을 극복할 만큼 인슐린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되면 당뇨 진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췌장이 약한 사람은 당뇨에 빨리 걸리게 되고, 췌장이 강한 사람은 비만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방세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TNF-α를 적게 만드는 게 관건인 셈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이어트 밖에 없다. 체중을 줄여야 인슐린 저항이 내려간다. 특히 근육운동을 하면 염증 유발물질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음식물 섭취, 포도당, 세포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인슐린, 지방세포의 인슐린 저항 및 과다한 인슐린 생산, 지쳐가는 췌장, 당뇨, 비만 등의 연관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해한다고 반드시 실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 건 인슐린 저항에서도 마찬가지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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