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모자는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 쬘 때 혹은 추운 겨울에 추위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요즘은 야외 활동을 많이 하면서 햇빛의 눈부심을 예방하거나 자외선을 조금이라도 차단해 보려고 모자를 쓰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위의 목적보다도 단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 패션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자란 무엇인가?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보자. 모자는 “머리를 덮는 다양한 유형의 쓰개에 대한 총칭”이라 정의되어 있다. 고대의 남성들은 챙있는 ‘cap’ 혹은 두건 모양의 ‘hood’를 썼고 여성들은 중세말까지 베일 혹은 쓰개의 일종인 ‘wimple’을 썼다고 한다. 또한 모자는 의례용으로 사용되었고 직업이나 신분을 표시하기도 했다.

최초로 식물을 이용한 모자는 유럽과 소아시아의 고대 농촌에서 유래했다. 고대 아테네와 로마 예술가들은 원뿔형 모자를 펠트직의 달걀 모양 화관으로 장식하여 썼는데 이 모자의 하단 튀어나온 부분이 후에 챙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이런 모자는 로마에서 서민계급을 상징했고, 노예가 자유의 몸이 되면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류층은 나쁜 날씨나 사냥 혹은 여행을 할 때만 모자를 이용했고 평소에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세 초기 도시의 남녀들은 헐렁한 천 후드를 썼는데 중세 전반에 걸쳐 모든 계층의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감추고 얼굴까지 감싸는 천을 둘렀다. 14세기에 플랑드르에서 비버 털 모자가 유행하면서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 많은 나라에 퍼졌다.

여성 모자는 더욱 화려해지는데 1460~80년 프랑스와 플랑드르에서 헤닌이라는 원뿔형 장식이 유행했고 터번과 나비 모양 장식을 사용했다. 16세기 여성들도 후드를 애용했고 17세기 유럽인들은 외출시와 집안에서도 모자를 착용했다. 18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간혹 여자들이 퐁파두르형의 머리 모양에 calash라는 마차포장형 모자를 사용했다.

1800년대 후반에는 펠트직 모자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고 19세기에 등장한 양식들이 1960년대 초반까지 서구의 남성용 모자를 상징했는데 모자 원단으로는 모피, 양모 펠트직, 천, 스웨이드 가죽 등이 사용되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동양에서는 색깔있는 터번이 주류였다. 열대지방에서는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pith’ 모자를 썼고 지중해 지역 남성들은 ‘fez’라는 챙 없는 원추형의 붉은 터키 모자를 썼는데, 펠트직으로 납작한 왕관 장식을 달고 술을 길게 매달았다.

중국 하층민인 쿨리는 한 조각의 천으로 납작한 원뿔형 모자를 만들어 썼고, 일본의 간무리는 옻칠 한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모자에 기드림을 곧게 세우고 국화 문장으로 정교하게 꾸민 머리장식이었다. 인도에서는 간디 모자와 페즈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터번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라틴아메리카와 미국 남서부지역에서는 펠트천이나 짚으로 만든 ‘sombrero’를 많이 쓰는데, 이는 넓고 높은 챙의 가장자리를 위로 말아 올린 모자이다. 이 모자를 카우보이들이 쓸 때에는 방수를 위해 비버 펠트로 만들었는데 ‘10갤런 모자’라 불렀다.

인간들이 햇빛과 비를 막기 위하여 혹은 추위를 막기 위하여 쓰는 ‘모자(cap)’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cap’은 후기 라틴어 ‘cappa’가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cæppe’로 변화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 ‘cappe’로 되었고 최종 ‘cap’으로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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