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영어 단어 ‘fast’가 동사로 쓰이면 금식하다, 정진하다, 단식하다 등의 뜻이고 명사형은 ‘fasting’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단식 금식이 혹시 빠른 것과 관련 있는지 어원을 찾아봤더니 그냥 고대 영어부터 그렇다고 한다.

고대 영어가 스칸디나비아의 게르만 민족이 영국에 침입한 기원후 5세기부터 사용된 점을 감안할 때 단식이나 금식 관행은 오래 됐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단·금식이 의식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도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단식은 정치적 투쟁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인도지배에 항거하기 위해 18번, 총 145일에 걸쳐 단식투쟁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도 상대의 결정에 반대하는 표시 등으로 감행한 단식을 볼 수 있었다.

수술을 앞두고는 일정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금식 처방이 내린다. 수술 과정에서 부작용을 방지하거나 내시경 검사처럼 진단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식을 해야 한다. 근래에는 건강상 이유로 체중감량을 위한 단식 금식이 주목받고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전 세계 인류의 20% 넘게 대사증후군을 보이면서 건강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효율적인 식이요법(다이어트)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단식 금식의 효과도 연구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많이 알려진 게 미국 남가주대학(USC) 장수학연구소의 발터 롱고 박사의 연구 결과다.

롱고 박사는 단식 5일차가 되면 몸이 저장해 둔 지방산을 모두 연소 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음식을 전혀 먹지 않으면 포도당이 모두 연소되면서 세포가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불필요한 세포 성분을 제거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마치 옛날 석탄으로 운행하던 열차에 비유하면 연료인 석탄이 떨어져 기차 안에 있는 문, 의자 같은 목재를 먼저 태워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몸속의 불필요한 찌꺼기를 태워 버려 청소(클린징)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다시 연료를 공급 받으면 정상적인 조직이 회복되는 과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몸속의 찌꺼기를 연소하는 5일간을 단식이나, 짧은 기간을 반복하는 간헐적 단식은 실천 성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12시간 이상 아무런 음식도 먹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실행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먹으면서도 단식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의학의 소식(小食)에 근거해 한 끼 분량을 3등분해서 먹는 초저량 다이어트나 롱고 박사가 제안한 FMD(Fasting-Mimicking Diet) 식단이다. 우리 몸을 ‘단식’ 상태로 속여서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통상 성인은 하루 2500~3000Kcal를 섭취해 한 끼에 1000Kcal를 먹는다. 그런데 한 끼를 300Kcal의 건강한 식단으로 줄여서 세 번 먹으며 하루에 평소의 한 끼를 먹는 셈이 된다. 이 정도의 칼로리를 먹는데도 우리 몸은 굶었다고 인식하고 찌꺼기 연소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초저량 다이어트 등을 통해 체중, 허리둘레, 혈당 등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임산부 저체중 노약자 어린이 특정질환자 등은 전문가와 상의 없이 실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체질에 따라 알맞은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 것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