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건물의 누수는 빈번히 있는 일입니다. 만일 매수한 아파트에 누수가 발생한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75조(제한물권있는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민법은 이러한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라는 표제하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일정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4개월 후 누수현상이 발생한 경우,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와 B는 2019년 6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C로부터 매수하고 같은 해 8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해 10월부터 매매계약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누수 현상이 나타나 아래층에 있던 주민이 피해를 입자 A와 B는 누수원인 탐지와 보수공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두달 뒤인 12월경 다시 누수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아파트 욕실 전체를 재시공하는 보수공사와 아래층 세대에 대한 피해복구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A와 B는 "C는 매도인으로서 민법 제580조와 제575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므로 누수로 발생한 손해인 하자보수비용 1,6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를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A와 B가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2020가단5093655).

재판부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매계약과 이행완료 시점이 상당 기간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행완료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A 등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매매계약 성립 또는 소유권 변동 당시를 기준으로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을 결여한 하자’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는 사용승인 이후 약 14년이 지났고, 건물 노후화에 따라 단지 내 다른 아파트에서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건축물의 내부적 원인에 따른 누수는 그 특성상 내부의 배관이나 욕실 벽체 등에 누수 원인이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으면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아파트에서는 2018년 처음 누수가 발생했지만, 탐지 결과 그 원인으로 밝혀진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매매계약 당시까지는 물론 2019년 10월까지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A 등이 2차례나 아파트를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을 때도 누수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매매계약이 성립된 때로부터 4개월, 소유권 변동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누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2019년 10월 이후의 누수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라 그 무렵 누수 원인이 현실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판단하여, "매매계약 당시 또는 소유권 변동시 이미 누수 원인인 하자가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다가 뒤늦게 발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위 판결은 세가지 점에 주목하여 보시면 좋을듯합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첫째,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매계약과 이행완료 시점이 상당 기간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행완료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

둘째, 아파트 누수 현상은 그 특성상 누수 원인이 존재하면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매계약을 할 때나 소유권을 이전하던 당시에 객관적 하자가 있어야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 전에 누수가 있었더라도, 그 원인으로 밝혀진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매매계약 당시까지는 물론 2019년 10월까지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 2019년 10월 이후의 누수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라 그 무렵 누수 원인이 현실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위 판결은 아파트 매수 후 발생한 누수에 대하여 매도인 책임의 바운더리를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