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판단해야 할 점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당신은 배우자의 외도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개략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 판단을 정확하게 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이는 외도 배우자에 대한 진단적 평가나 낙인을 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어떤 관점으로 보았을 때 배우자 및 그 외도 행위가 더 잘 설명이 되는지 알아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런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 과정을 통해서 (외도 행위 자체에 대한 흥분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효율적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권력형 외도로 평가되는 사람과 복수형 외도로 평가되는 사람에 대한 대응은 달라야 한다. 복수형 외도 배우자를 추궁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만 더 키울 것이 분명하다. 증상형 외도 배우자에게는 처벌보다 진단과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 가지 당부할 점이 있는데, 외도 배우자에 대한 당신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애초에 틀림없는 판단이란 있을 수 없으며, 사람을 어떤 유형으로 구분한다는 것도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러니 너무 단정하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만약 당신의 판단이 틀린 것 같으면 새로운 판단을 내리면 된다. 집단형 외도라고 생각했는데, 더 자세히 알고 보니 회피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잠정적인 판단과 재평가 과정을 반복하면서 상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에 대해서 잘 알게 될수록 당신이 포기할 것과 감당할 것들을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입장을 보다 확고하게 세워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난 직후에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 곤란을 겪곤 한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이혼을 하든 용서를 하든 당신에게 좋은 선택을 언제든 할 수 있다. 다만 이 중대한 결정을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한 태도를, 무책임하여 우유부단한 것과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당신이 판단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당신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외도 배우자를 사랑해서 또는 그가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함께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외도로 당신의 판단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당신의 과거 판단이 잘못되었을까? 그가 변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변한 것을 모르고 있었던 당신의 잘못일까? 사실 이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점들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실체에 대한 파악이다. 외도라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당신의 결정은 그의 외도 행위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판단에 근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가 자신의 외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① 만약 외도 배우자가 아무런 죄책감이나 사과의 뜻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변화의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때문에 당신은 그와 헤어질 것인지,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채 결혼을 유지할 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배우자에게 변할 것을 조르지 말라는 말이다. 당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이런 경우는 부부 상담보다 개인 상담이 나을 수도 있다.
② 무슨 이유를 대면서 자신의 외도를 합리화하려는 사람은 또 다른 외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대체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말 그대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우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성숙해질 기회를 주고, 그 경과를 보면서 당신의 미래를 준비하라.
③ 사과는 하되 적당히 넘어가려는 외도 배우자는 스스로 변화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에게는 당신이 원하는 것과 그렇게 되지 않을 때의 결과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런 준비가 당신 혼자의 힘으로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전문가는 당신들보다 훨씬 많은 경험이 있으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침을 제시해 줄 수 있다.
④ 외도가 발각된 후 "정리할 시간을 달라"며 타협안을 제시하는 외도 배우자들도 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거나 ‘꾸어 준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가 있더라도, 당신은 그를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당신이 받은 상처는 물론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또다시 당신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높다.
⑤ 당신의 입장에서는 외도 배우자가 즉각적으로 외도 상대자를 원망하며 당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외도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외도 상대자나 당신에게 탓을 돌리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이런 사람들이 변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