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주)탑로직

[미디어파인 칼럼=디지털장의사 박용선의 '잊혀질 권리']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촉발한 비대면 일상에서도 성범죄가 판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등을 이용한 신종 사이버 성범죄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다.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 심층학습 딥러닝에서 따온 'deep'과 가짜라는 의미의 'fake'를 더한 합성어다. 본래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람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로, 인물의 얼굴과 특정 부위를 영화 컴퓨터 그래픽처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총칭하는 용어다. 인물의 사진 혹은 영상을 보다 정교하게 합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특정인의 얼굴 데이터만 충분할 경우 실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프레임별 입모양을 변형시킬 수도, 새로운 표정까지 짓게 만들 수도 있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도화된 기술 탓일까. 원본과 딥페이크 영상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보니 딥페이크를 성범죄에 끌어들이는 잘못된 기술 활용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딥페이크는 따로 돈이 들지도 시간이나 전문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보니 일반인들도 손쉽게 가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말은 즉 슨, 누구나 쉽게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딥페이크가 한창 붐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주로 유명인사들이 딥페이크의 대상이 되곤 했다. 딥러닝 방식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합성을 위해선 많은 얼굴 데이터를 필요로 했기에 정보가 많은 유명인들의 이미지와 영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를 '머저리'라고 비하하는 조작 영상물이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조작된 영상임에도 오바마가 실제로 짓는 표정과 억양을 매우 사실적으로 가져와 당시 큰 충격을 안겨다 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유명 여자 연예인의 얼굴을 불법 포르노 영상과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엔 일반인들까지 대상이 점점 확대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내 사진이나 영상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경우라면 더욱 쉽게 표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기업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딥페이크를 탐지하는 경진대회를 열거나 딥페이크 탐지 앱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SNS에 사진 하나도 올리기 무서운 시대라고 슬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해 마냥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을 시작으로 정부를 비롯한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데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전문가 및 디지털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함께 개설방안을 모색하며 사이버 범죄 근절에 나름 노력해왔지만,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성범죄를 일으키는 가해자들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단순한 방법으로는 그들을 쉽게 막을 수 없다. 무엇보다 무차별적으로 퍼진 허위 영상물로 지금  이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을 하루빨리 지켜내기 위해선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및 사진 등을 우선적으로 삭제해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상에 무수히 많이 퍼진 영상물을 일반인이 다 찾아내서 지울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주로 디지털장의사들이 처리해왔다. 디지털장의사는 국내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 악성댓글, 허위사실 등을 사실 관계 확인 절차를 걸쳐 합법적인 선 안에서 삭제 처리하는 일을 돕는다.

디지털장의사들이 하는 일을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지털 범죄 피해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피해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삭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을 구원해주고 그들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범죄 피해가 점점 교묘해지고 또 새로워지고 있다. 딥페이크를 시작으로 또 어떤 신종 범죄가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는 이미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모두가 이 기술을 바르게 이해하고 악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주)탑로직 디지털장의사 대표 박용선

[박용선 탑로직 대표]
-가짜뉴스퇴출센터 센터장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사)사이버1004 정회원
-인터넷돌봄활동가
-서울대 AMPFRI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고려대 KOMA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마케팅 애널리틱스학과 대학원 졸업
-법학과 대학원 형법전공
-전)희망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