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불광대장간]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골목. “탕! 탕! 탕!” 쇠를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아침부터 골목길에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간판은 물론 그 존재를 보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대장간. 불광대장간, 지붕에 올려진 번듯한 간판은 서울시에서 전통 점포로 인증한 표시라고 한다. 대장장이 박경원(77)씨와 아들 상범(47)씨 부자(父子)의 일터인 `불광대장간’의 아침 풍경이다.

이곳에선 화덕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매질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망치와 도끼를 만들고 호미 낫 쇠스랑 같은 농기구를 비롯해 최근에는 레저용품까지... 서울에서 요즘 이런 물건을 누가 쓰나 싶지만 동네 아주머니가 화단 손질한다고 호미를 사가고 중년 남자는 장작을 패려는지 튼실한 도끼를 사 간다.

“불광동 초등학교 앞인데 거기에 리어카를 놓고 개천 옆에서 하는데 그때 일은 많았지. 그렇게 1년 벌어서 쌀 다섯 가마니에 돈도 조금 모이더라고.
그렇게 그곳에서 한 3년을 하니까
개천이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이 앞 터미널에 대장간 얻어서 시작한 거야”

    - 박경원(77 대장장이 경력)

불광대장간은 작업을 기계로 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한다. 손으로 만들어야 사람 손에 꼭 맞는 연장을 만들 수 있다. 단련한 연장은 기계로 찍어낸 공구보다 수명도 훨씬 길다. 그래서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는 석공이나 목수들이 더 찾는다.

기계화된 화덕이나 프레스를 쓰지않는 전국 유일의 대장간. 중국산 값싼 공구에 밀려 경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70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여전히 대장간의 대장, 그 옆에서 큰메로 쇠를 내려치는 야장인 아들 박상범씨. 20년 넘게 아버지 옆에서 가업을 물려받고 있다는 게 더없는 자랑이다.

50년 대장간엔 손님도 다양하다. 단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만도 반 절 이상. 동네의 명물이 되다시피해 일부러 견학 오는 이들의 발길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허드렛일을 하며 대장간 일을 배운 열네 살 어린 소년은 70을 훌쩍 넘긴 장인이 됐다. 요즘 같은 시대, 대장간에서 살 물건이 있을까, 사람들은 묻겠지만 싼 물건을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요즘, 뜨거운 화덕 앞, 박경원 부자가 묵묵하게 빚어내는 도구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과 발길을 끌어모은다.     

<불광대장간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95110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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