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 사진 출처=픽사베이

2. 해결을 일방적으로 서두르지 말라.

당신의 배우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혹독한, 언제 끝날 지도 모를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도 그 수습 과정에서의 시련을 함께 겪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과정은 말 그대로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잘 해내는 정도에 따라서 당신들의 미래가 달라진다.

많은 외도 배우자들이 “이제 앞날을 보며 살자”고 말한다. 이들은 말 그대로, 잘못을 지우고 잘살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신은 ‘앞날로 전진’하고 싶지만, 당신의 배우자는 아직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배후에 적을 남겨놓은 채 무작정 전진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만약 이 과정을 상처 배우자가 홀로 겪는다면, 그 결말은 당신에게도 결코 좋을 리 없다. ‘나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니 내가 더 많은 몫을 감당하겠다’는 당신의 마음가짐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외도 배우자들이 자신의 외도를 반성하면서도 가장 흔히 저지르는 잘못은 ‘그게 이 정도로 난리를 칠 일인가? 그래도 그렇지, 이제는 끝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혹시 당신이 잘못 짐작할 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겁을 주려고 감정을 과장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또 당신이 미처 몰라서 그렇지, 상처 배우자는 당신에게 내보이는 때에만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감정 폭발을 거의 하루 종일 수 개월 째 겪고 있다. 더구나 그 과정이 언제 끝날지는 상처 배우자 본인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당사자는 얼마나 괴롭겠는가?

당신들이 겪는 고통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나 때문에 당신이 겪는 고통을 언제까지라도 함께 겪겠다’는 당신의 분명한 태도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3. 상처 배우자의 분노에 현명하게 대응하라

상처 배우자는 당신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캐물을 것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뭐가 좋았는지, 뭐하고 다녔는지, 그래서 얼마나 좋았는지, 돈은 얼마나 썼는지, 배우자인 자신이나 애들 생각은 안 났는지, 안 들켰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는지 등등. 당신이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것들을 도대체 무슨 목적에서 묻는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도 모를 질문들을 쏟아낸다.

며칠을 두고 같은 질문이 반복되기도 하는데, 조금만 다르게 말하면 그것이 꼬투리가 되어 또 다시 혹독한 추궁이 이어진다. 더 힘든 것은 이런 심문(審問)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당신이 밥 먹을 때는 기본이고, 직장에 있을 때도 문제지만 늦은 밤까지 못 자게 들볶거나 심지어 자는데 깨워서 따지고 들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외도 중의 행각에 대한 질문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상처 배우자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감시하고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당신을 빈털터리로 만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당신의 카드를 빼앗고 휴대폰과 은행계좌를 뒤질 수도 있다. 어쩌면 외도 상대자에게 직접 확인하겠다고 연락처를 내놓으라 하거나, 당신의 직장과 지인들에게 알려서 당신을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겁박과 고문은 누구나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외도 배우자인 당신도 이런 경우에는 상담 및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다만 상처 배우자가 얼마나 괴로우면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생각하면서 이 시기를 잘 겪어내기를 바란다.

당신이 상처 배우자에게 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이어지는 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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