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유나이티드병원 채수민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코로나19 유행 이후 거리두기 장기화로 외출과 해외여행에 제약이 생기면서 등산 입문자가 크게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40~60대 연령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등산이 최근엔 2030 세대까지 운동을 겸한 취미생활로 산악에 도전하는 이도 증가해 산린이(산+어린이의 합성어), 혼산족(혼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등산 열풍에 M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겨냥한 아웃도어와 등산화 유통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등산을 택했는데 자칫하면 몸이 망가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1시간 기준 600~1000㎉에 해당하는 열량이 소모된다. 굳이 속도를 내지 않아도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최대 심박출량(1분간 내보내는 심장 혈액량)에 쉽게 도달되어 심폐 기능이 강화된다. 몸매관리 뿐만 아니라 우울증 개선에도 도움이 되며 하체 근육 사용이 많아 고관절과 허벅지, 코어 근력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건강에 약이 되는 순기능이 분명 존재하지만 문제는 같은 등산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

등산이 독이 되는 경우는 먼저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작스러운 산행을 할 때다. 산소가 부족해서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를 때에는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등산하러 다녀온 이후 단순한 근육통을 넘어 무릎, 발목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이도 많다. 경사를 오를 때 발바닥 앞쪽이나 뒤쪽에만 무게를 실어 걸으면 종아리에 무리가 가해져 아킬레스건 질환과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된다. 가파른 산을 오를 때는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혀지는데 이로 인해 척추, 관절에 하중이 증가해 부상과 이상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수영이 무릎 관절 건강에 좋은 운동이지만 어깨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은 운동인 것처럼 등산이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파른 산을 오를 때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지면 척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한다. 등산 후 하루 이틀 안정을 취했는데도 허리와 골반이 쑤시거나 허리를 앞 또는 뒤로 구부리는 게 힘들다면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이미 퇴행성관절염과 골다공증을 앓고 있거나 산행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 등산객이라면 골관절염 악화, 반월상연골판파열 등 각종 무릎 질환이 유발될 수 있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산행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부상과 질환을 예방하는 산행 방법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에 앞서 무릎과 발목,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을 10~15분 정도 스트레칭하고 가벼운 걷기로 몸에 서서히 열을 올려줘야 한다. 개인의 기초체력을 고려하여 무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척추, 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평지를 가볍게 걷는 것이 좋다.

경사면을 오를 때는 갈지(之)자를 그리며 걷고, 내리막에서는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상태로 무릎을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추고 좁은 보폭으로 걷는다. 무릎 보호대와 마찰력 좋은 등산화, 등산 스틱은 하중 분배에 효과적이다.

등산 중 뻐근해진 발바닥을 계단이나 돌로 누르며 등·하산을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산행 방법이다. 발바닥 일부분에 체중이 실리기 때문에 족저근막염을 유발하며 무릎과 허리에도 무리를 준다. 산행 중 등산과 휴식을 반복하면 급격한 혈류속도 변화로 혈액순환 이상이 생기고 근육이 풀어져 피로도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휴식을 취하고 보폭을 좁게 천천히 근육 피로를 해소하면서 걷기, 주기적인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강남유나이티드병원 채수민 원장(통증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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