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박노수 미술관] 해방 후 한국화단이 일본색을 배제하고 정체성을 되찾고자 했던 시기 선명하고 투명한 색채와 대담한 구도로 여백의 미로 한국화의 새 경지를 연 인물이 있다. 바로 ‘여운이 담긴 격조의 예술가’로 불리는 남정 박노수 화백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2013년 9월, 인왕산 끝자락 옥인동 언덕배기엔 40년 가까이 ‘서촌의 비밀정원’으로 불리던 신비로운 집이 세상의 발걸음을 허락했다.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꼽히는 거장, 남정 박노수 화백의 집이 구립 미술관으로 개관한 것이다. 반지하를 품은 2층 양식 주택. 따뜻한 느낌이 도는 갈색 벽돌의 1층과 흰색 시멘트를 깔끔하게 발라놓은 2층이 단절된 듯 오묘한 어울림을 자아낸다.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으로 개방되는 박노수 가옥은 1937년경 건축가 박길룡에 의해 지어진 절충식 기법의 가옥이다. 한·양 절충식이라고 하지만 주로 한식으로 지어진 주택으로 1층은 온돌과 마루, 2층은 마루방 구조이고, 3개의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서양식 창과 현관 입구 그리고 서까래가 드러난 한국식 박공지붕의 조화, 내부 벽난로와 이어진 세 개의 굴뚝, 내부 마룻바닥, 문설주엔 오래 사용해도 변하지 않는 홍송을 사용하였다. 

1973년 한국화가인 박노수 화백이 소유하여 2011년도 말까지 거주하였다. 조선후기의 문신이자 친일파였던 윤덕영이 딸과 사위를 위해 좋은 터를 잡고 박길룡에게 의뢰해지었다는 집. 가옥은 해방 후에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1973년, 박노수 화백이 마지막 주인이 됐다. 이후 증축과 수리를 거쳐 1991년엔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지정됐다. 

도제식 교육이 일반적이던 당시 서울대 미대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1세대 작가. 1955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검은 한복 차림의 여인상 '선소운'을 출품해 한국화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색을 없애고 먹을 사용하던 당시 화단의 경향과 달리 먹과 채색을 고집했던 박노수 화백. 스승이자 대한민국 동양화의 거장이었던 이상범 화백의 가르침 ‘여운’ 은 독자적인 그의 작품세계의 중심축이 되었다.

그림의 기본이 되는 돌을 보는 눈을 갖기 위해 집 정원과 화실에 돌을 사들여 아끼고 보듬어 왔다는 박노수 화백. 외롭게 홀로 개성적 표현의 길에 매진해야 한다는, 그래서 창작과 탈속을 작가의 자세로 평생 다짐해온 화가.
그는 떠났지만 오늘도 미술관 정원 곳곳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천 가지 만 가지 의미를 담은 아름다움들이 사람들을 맞고 있다. 

<박노수 미술관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100355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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