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면탈 위해 설립된 회사의 책임, 법인격 남용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21.05.18l수정2021.05.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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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개인적 채무의 강제집행을 면탈하고자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채권자는 신규 설립한 회사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법원은 신의칙 등을 이유로 일정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소위 “법인격부인론” 또는 “법인견남용론”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해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97다21604).

최근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사업자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기존 회사와 영업 목적이나 물적 설비 등이 동일한 회사를 새로 세웠다면, 새 회사가 부채를 인수하지 않았더라도 그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A는 2013년 경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B에게 경기도 소재 부동산과 공장을 매도했으나 매매대금 중 1억 5,00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매수인 B는 자신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의 문을 닫고 새로운 C사를 설립하면서 기존 사업체의 자산 및 부채 등 사업일체를 C사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내용의 포괄양수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위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B는 2016년 1월 경 C사에 A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고 공장 내에 있던 기계 등 동산을 양도해 기존 회사의 영업재산 일체를 양도했고, C사는 장부상 부채도 모두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A에게 지급하지 않은 1억 5,000만원의 매수대금채무는 장부상 부채로 기재되지도 않았고, C사가 이를 인수하지도 않았습니다.

A는 C사를 상대로 미지급한 매수대금채무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A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가 C사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2심 법원은 "기존 회사 소재지와 C사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한 주소지이고, 영위하는 사업의 내용도 거의 일치한다.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C사는 기존 회사의 영업 일체를 포괄적으로 양수하고 인적·물적 조직도 그대로 승계하는 등 실질적으로 두 회사는 동일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후,

"B는 포괄양수도계약의 대가로 C사의 주식 50%를 취득했을 뿐인데, 이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A 입장에서는 B의 책임재산이 I사로 상당부분 유출된 셈이 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B 및 I사가 포괄양수도계약 당시부터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그러면서 "그럼에도 C사가 A에 대해 B와 C사가 별개의 인격임을 내세워 이 사건 채무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회사 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한다"보 보아, "C사는 A에게 1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민사2부는 A가 C사를 상대로 낸 동산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2019다293449).

위 판결의 쟁점은 B가 매매대금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C사를 설립한 것이 소위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인데, 대법원은 신의칙 및 회사 제도의 취지에 입각하여 “법인격 남용”이라 판단하였습니다.

B의 개인사업체와 C사가 동일한 기업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결의 승패가 갈리는 사안으로, 대법원은 ① 기존 개인사업체 소재지와 C사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한 주소지인 점, ② 영위하는 사업의 내용도 거의 일치하는 점, ③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C사는 기존 회사의 영업 일체를 포괄적으로 양수하고 인적·물적 조직도 그대로 승계한 점을 근거로 두 업체는 동일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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