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전쟁 영화에서 성을 사이에 두고 공격자와 방어자가 벌이는 공성전은 정말로 처절하다. 이 생사의 갈림길이기도 한 성(castle)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흙이나 돌 등으로 견고하게 만든 건축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잣’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양의 성은 고대부터 보통 높은 벽을 구축하여 적의 공성전에 대비할 목적으로 구축했는데 적에게 지형적 장애를 주기 위해 사용되었다. 칼, 창, 활로 전쟁을 할 경우는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무기가 발전하면서 대포류가 나오자 성벽의 수직벽 대신 포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의 성벽이 출현했다. 성벽의 기능에 따라 도성과 읍성, 그리고 성이 있는 위치에 따라서 산성과 평지성으로 구분된다.

동양과 달리 평원에서 주로 전쟁을 했던 서양은 동양과는 방어개념이 달랐다. 그래서 서양의 성은 기동성을 갖춘 대규모의 군대가 출현하면서, 이에 대한 방어 형태로 등장했다. 대개 흙, 돌, 나무 등으로 만든 상당수의 망루 탑 모양의 요새형의 건축물인 성은 나라별 문화적 특징이 잘 살아있는 유적으로 남아있다.

이들의 목적은 적의 공격에서 숨고, 성을 근거로 하여 방어를 하며, 나아가 지역 안에 들어온 적을 공격하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동양의 성이 담인 성벽이 성의 주 요소라면 서양은 요새 건물이 주 요소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적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킬 목적으로 만든 ‘성(castle)’은 어디에서 유래가 된 말일까?

‘castle’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kat(막사, 오두막)’이 라틴어로 와서 ‘castrum(야영지, 요새, 성

채)’이 됐다. 이 단어의 지소어인 후기 라틴어 ‘castellum(작은 야영지, 요새)’이 고대 영어로 차용되면서 ‘castel/ castell/ cæstel/ ceastel(도시, 마을, 성)’로 변화되었다. 이 말들이 중세 영어 ‘castle/ castel’이 된 다음 최종 ‘castle’로 정착을 하였다. 후기 라틴어 ‘castellum’에서 고대 영어 ‘castel’, 고대 프랑스어 ‘castel/ chastel’, 프랑스어 ‘château’, 스페인어 ‘castillo’, 이탈리아어 ‘castello’ 등 수 많은 단어가 파생되었다. ‘castle’은 노르만정복(Norman Conquest) 바로 전에 영어에 유입되었으며 당시 영국에 없었던 새로운 건물이었기에 영어에서는 성채의 작은 탑과 같이 생긴 모양의 건물들을 지칭하여 ‘castle’이라 사용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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