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여기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상처 배우자에게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상처 배우자에게는 당신의 외도에 대해서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다르게 말하겠다. 당신은 자신의 외도가 왜 생겼는지, 그 외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등에 대해서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철저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많은 외도 배우자들이 서둘러 덮는 데 급급하여 지나간 일로 처리하려 하고, 자신과 외도에 대한 검토는 거의 하지 않는다. 상처 배우자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지나도록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래서는 상처 배우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외도로 잃은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은 부부 관계의 회복에는 물론 당신의 자존심 회복에도 필수적이다. 심지어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유익하다. 이혼 과정도 쌍방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순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신의 외도가 다음 유형들 중 어느 것에 가까운지를 살펴보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기 바란다. 사실 인간의 심리는 대단히 복잡 미묘하여, 어느 유형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당신에게 해당되는 유형을 찾는 데서 멈추지 말고, 당신에게 숨겨져 있던 심리적 경향을 발견하는 것에 더 집중할 것을 권한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게 되면 더 정밀한 성찰이 가능하다.

신의 이런 진지한 태도는 상처 배우자에게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이어진다면 '닫혔던 신뢰'의 문도 차츰 열릴 것이다.

① 가부장적 외도: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었으니 이 정도는 해도 된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 것이다, 가정을 깨려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 등의 사고 방식에서 비롯한다. 이들은 대체로 ‘남자는 바깥 일, 여자는 집안 일’처럼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여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인격도 속과 겉으로 나뉘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에 있다. 이 유형의 남편은 밖에서는 “여자니까 괜찮아” 라고 하지만, 집에서는 “여자니까 안돼” 라고 한다. 감정과 이성이 별개의 세계에 있는 셈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분리된 인격’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② 의존적 외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충족하기 보다는 타인을 통해서 해결하려 한다. 그것은 칭찬이나 위안일 수도 있고, 성적 모험일 수도 있다. 즉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배우자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내면의 불안이나 열등감 또는 분노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제삼자를 통해서 해소하려는 셈이다. 그러나 상대와의 관계가 길어지고 그에 따라 상대의 요구가 커지면, 그 관계도 힘들어 한다. 이들은 자신의 미성숙한 감정과 이성을 발달시켜야 하는 과제를 완수하는 것과 함께, 현실에서 주어지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③ 빈 둥지 외도: ‘빈 둥지’란 새끼 새가 자라서 떠난 둥지를 말하는데, 이는 자녀를 충분히 키운 후 부모의 역할에서 벗어났을 때의 상황을 상징한다. 그러나 반드시 중년기 부부에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유형의 외도는,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한 후 성취감인지 허탈감인지 모를 감정의 왜곡된 표출로 볼 수 있다. 평소 부부 간 대화와 감정 표현이 원활했다면, 기쁨과 슬픔도 당연히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이미 오래 전부터 ‘빈 둥지’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외도의 해결에는 부부 간의 정서적 공유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④ 우발적 외도: 출장이나 여행 등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만난 상대와의 외도다. 외도 배우자 본인은 우연히 또는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반복적인 일상에서의 탈출 욕구, 배우자나 가정으로부터 벗어난 삶에 대한 동경,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신비화, 은밀한 성적 모험에 대한 환상, 외도에 대한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인식 등 수많은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부부 관계의 회복과는 별도로, 이처럼 자신에게 그런 일탈을 허용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⑤ 동지애적 외도: 직장의 과도한 업무나 위기 상황에서 협력하면서 같은 감정을 체험한 남녀 사이에 일어난다. 무미건조해진 부부 관계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만큼 서로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쉽다. 짧은 기간에 상대의 일면만을 보고 매혹되어 성적 관계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이런 외도 관계는 실망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 배우자가 받게 되는 배신감은 간단히 마무리되지 않는다. 자신이 제일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 간의 단절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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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증상적 외도: 성 중독이나 기타 질환에 의한 성적 충동에서 비롯된다. 성장기 애착 장애 등 출신 가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성 충동을 강화하는 정신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근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상처 배우자로서는 외도에 대한 분노와 '환자 보호자'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애착 장애든 질환이든 오랜 치료 기간이 필요한데, 외도 배우자 본인의 성실한 치료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포자기에 빠지는 등 갈등 관계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⑦ 탈출적 외도: 배우자에 대한 실망이나 자신의 삶에서 받는 압박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선택한 외도다. 자신보다 젊거나 성공한 상대에게서 자신이 채을 수 없는 위안을 얻으려 하기도 한다. 내면에는 자신을 함부로 대한 부모나 배우자에 대한 분노나 위축된 자아상이 가득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외도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고 가정으로 되돌아오지만,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른 부적응적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숨겨진 감정 상태에 대한 각성과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 과정이 필요하다.(다음편에 계속...)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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