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권진규 아뜰리에] 성북구 동선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유난히 지붕이 높은 건물이 있다. 동선동 권진규 아뜰리에.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의 산파 역할을 했던 조각가. 불필요한 장식을 극도로 배제하고 명상과 구도의 자세를 추구한 작품들... 그러나 52세 봄, 스스로 세상에서 물러난 천재 조각가 권진규(1922~1973), 그의 예술혼이 깃든 곳이다.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한 조각가 권진규는 어머니와 살기 위해 이곳 동선동 언덕배기에 작은 집을 장만하고 손수 설계한 9평짜리 작업실을 마련했다. 1973년 사망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으니 동선동 작은 작업실에서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가마, 우물, 흙 저장 공간 등과 작품을 전시하던 진열대, 다락방 등으로 꾸며져 있고 대형 기념상 제작을 염두에 둔 높은 천장, 천장으로부터 연결된 나무 선반과 계단으로 되어있는 형태이고 벽과 바닥에는 작업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앞쪽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살림채가 있는데 살림채 공간은 아뜰리에를 지원하는 부속 건물로 재설계돼 예술가들이 직접 머무르며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 입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 과정에서 작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테라코타, 즉 점토를 빚어 굽는 방식을 고집했던 조각가 권진규. 작품의 모델은 주로 자신의 얼굴이나 제자들이었다. 삭발한 머리 모양, 훤히 드러낸 목선과 상반신의 장식을 과감히 생략하며 얼굴을 강조한 작품들. 그의 작품은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국적 정서와 표현 양식을 접목해 강렬한 기운과 표현주의가 돋보이는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상 조각이 활발하던 시절, 흙을 빚어 굽는 테라코타 기법으로 한국적 리얼리즘을 펼친 조각가 권진규, 그러나 일본에서의 호평과 달리 국내 미술계는 그의 작품을 고답적, 시대 착오적이라 평가하며 냉대했다. 그렇게 병마와 갈등에 시달리다 영면을 택한 천재 조각가. 그의 사후 미술계는 그를 ‘20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조각가’로 평가했다.

권진규 아뜰리에는 2004년 12월 31일 등록문화재 제134호로 지정되었고 2006년에는 여동생의 기증으로 복원과 보수를 거쳐 시민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보전, 관리한다. 

<권진규 아뜰리에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100357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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