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누구나 한번쯤 식사 후 체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체(滯)란 막힘을 나타내는 한자어로서, 소화기 계통의 증상인 체증(滯症, indigestion)의 준말로 쓰인다. 체증이란 식도에 음식물이 걸려 식도 괄약근의 소화 연동 운동을 방해하거나, 소화기를 지나는 음식물이 원활하게 소화되지 않는 증상을 가리킨다.

체증을 앓는 환자는 주로 목과 명치의 통증이나, 복부를 중심으로 하는 통증을 겪게 된다. 해당 증상의 원인은 입과 위장을 잇는 식도에 걸린 음식물이 주변부에 위치한 기관을 압박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증상의 경중에 따라 구토, 설사, 오한, 두통, 복부팽만감, 피로감 등의 크고 작은 파생 증세를 동반하는 사례도 많다.

만약 환자가 구토나 설사를 동반하는 체증을 겪고 있다면, 탈수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소량의 수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소화제나 위장관 운동 촉진제 및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억지로 토하는 행위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경미한 체증은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완화된다. 문제는 반복적인 체증에도 불구하고 내시경이나 초음파 같은 영상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신경성위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기질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대증치료 외에는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어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잦은 체증 및 만성소화불량, 신경성위염 등의 만성 질환을 담적병(痰積病)의 범주에 포함시켜, 해당 질환에 대한 원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담적병(痰積病, 담적증)이란 위장 내부에 발생한 유해 노폐물인 담적(痰積)이 위장벽에 침윤하여 발생하는 소화불량 및 파생 증세를 통칭하는 현대한의학 용어이다. 담적병은 과도한 스트레스 및 피로감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위장 내부에 주로 발생한다. 소화 후에도 남은 잔류물이 유해 독소인 담적으로 변성되어 위장벽을 딱딱하게 굳히면 위장 괄약근의 운동성이 저하되고, 식도 괄약근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급체 증상 및 소화기 계통의 불편 증세가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위장 점막 하부의 연조직(軟組織)에 침윤한 담적 독소는 인체 각부로 이어진 혈관과 림프관으로 유해 독소를 퍼뜨려, 신경성위염을 포함한 각종 위장 질환의 병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위장 내부의 담적을 제거하고 담적 독소로 인한 전신 불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근본치료를 시행 중이다.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가장 적합한 약재를 배합하여 처방하는 담적병 한약은 손상된 위장 점막 및 소화 기능을 재건하고, 굳은 위장벽을 풀어내어 담적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어 개인별 진맥, 진찰을 통해 정밀히 파악된 담적병 혈자리에 병행되는 약침치료를 통해 인체 각부로 퍼진 담적 독소를 제거하고 면역력 개선을 도와 담적병의 재발을 방지하게 된다.

만약 잦은 체증을 동반한 소화불량 증세나 신경성위염 및 만성위염 증상이 지속된다면 담적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담적병의 자각증상은 소화기 계통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다발적인 전신 불편 증세가 발생할 경우에는 한의원을 찾아 담적병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부천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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