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 모양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주혁 칼럼]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l승인2021.06.15l수정2021.06.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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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집게손 모양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인가? 과격 여성단체인 메갈리아가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뜻으로 만든 로고 디자인과 비슷한 손 모양은 이유 불문하고 남성 혐오로 비난받아 마땅할까? 집게손 모양이 포함된 홍보물이 잇따라 수난을 겪으면서 젠더 갈등을 불필요하게 확대 재생산하는 가운데 상징 전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구성된 남초 사이트 일부는 지난 5월초 GS25의 홍보물에 담긴 집게손 모양을 남성 혐오의 상징으로 몰아붙이며 문제 삼았다.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GS25와 해군의 PX 계약을 전면 철회하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GS25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홍보물을 수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담당 임원과 팀장 등을 교체했다.

GS25의 해당 디자이너는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저는 페미나 메갈, 일베 등 어떤 사상도 지지하지 않는,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둔 워킹맘”이라며 “건전한 사상을 가진 회사의 임직원들이 홍보를 위해 만들어낸 이미지가 점점 메갈이나 페미의 상징으로 찍히고, 말도 안되는 억측으로 (남성 혐오로) 몰아가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집게손 모양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이벤트를 디자인하다 보니 다운 받아 놓은 소스를 바로 가져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국은 일부 남초 사이트의 요구가 먹혀들었다.

이어 사회 곳곳에서 집게손 모양의 홍보물을 샅샅이 색출하는 ‘숨은 메갈 찾기’ 광풍이 불어닥쳤다. 이마트, 무신사, 네이버 등 사기업뿐 아니라 서울․경기남부경찰청, 평택시, 국방부 등 공공기관까지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상당수가 혐오 표현을 내포한 이미지를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이나 사과를 하면서 홍보물을 수정했다. 무신사 대표가 물러나기도 했다.

▲ 사진 왼쪽부터 메갈리아 로고 / GS25 홍보물 / 서울경찰청 홍보물

이에 대해 손 모양이 해당 홍보물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불순한 의도로 삽입된 것이라는 동조 의견도 있다. 반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억지를 부린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를 집은 손가락 모양이 담긴 미니스톱, CU, 세븐일레븐 등의 홍보물도 남혐 논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메갈리아 탄생 이전인 8~9년 전에 설치된 전쟁기념관의 포토존의 집게손 이미지에도 남혐의 불똥이 떨어지자 마녀사냥이나 매카시 선풍 식의 과도한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진다. 남성 혐오 의도나 메갈리아 관련 사실이 없어도 집게손 모양을 홍보물에 사용하기를 꺼리게 만드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매출에 민감한 사기업은 몰라도 공공기관까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에 굴복해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미니스탑 홍보물 / 다빈치의 천지창조

일부 누리꾼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집게손을 한 모습을 SNS에 올리며 집게손이 흔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지창조’ 등 작품 속 손가락 모양도 메갈 상징이냐고 비판했다. 메갈리아는 남초 사이트의 여성 혐오 방식을 따라서 남성 혐오를 하는 미러링 전략을 채택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회원들이 워마드 등으로 옮겨가면서 없어졌다.

▲ 태극기(안전행정부 홈페이지) / 여의도 봄꽃축제(관광공사 홈페이지)

‘숨은 메갈 찾기’ 광풍은 이제 그만!

퀴즈를 풀어 보자. 벚꽃 축제에 가는 사람은 모조리 친일파일까? 국경일에라도 집에 태극기를 다는 사람은 모두 태극기 부대 멤버인가? 무지개 모양을 사용하면 다 성적 소수자인가? 집게손 모양은 메갈리아의 동조자만 사용할 수 있나?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상징물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흔한 상징물을 특정 단체가 자신들의 전유물이라고 우기더라도 우리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히틀러의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처럼 흔치 않은 경우는 물론 예외다. 남성 혐오 관련성이 충분히 의심할 만하거나 입증된 경우라면 몰라도, 단지 집게손 모양이란 이유만으로 단두대에 올리는 마구잡이식 ‘숨은 메갈 찾기’ 광풍은 이제 멈춰야 한다. 필요가 없는데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홍보물에 집게손 모양이 꼭 필요해도 메갈로 몰리지 않을까 두려워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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