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여기서 외도 배우자는 어떨지 생각해보자. 확실한 입장을 표현하지 않는 외도 배우자는, 그 역시 (당신처럼) 아직 자신만의 복잡한 계산 중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외도 관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설령 외도 자체는 끝냈다고 해도 (자신 또는 당신에게 해당되는) 외도를 하게 된 이유가 남아 있거나, 이후에 당신과 행복하게 살 거라는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외도는 (당신은 미처 몰랐겠지만) 당신에게만 아니라 외도 배우자 자신에게도 상처를 준다. 결혼의 서약을 깨뜨린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자신도 믿지 못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사람들보다 변화의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노력하더라도 당신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를 염려한다. ‘이제 평생 죄인으로 눈치만 보며 살아야 하는 건가? 이러다가 이혼이라도 당하면 나는 뭐가 되지?’라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당신으로서는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겠지만, 실제로 상당수의 외도 배우자들이 이런 심리 상태에서 상처 배우자의 눈치만 보며 지낸다.
이런 외도 배우자의 모습은 당신이 바라는 ‘확실한 반성과 변화의 결심’과는 아주 상반되는 것일 테지만, (당신의 실망과는 별도로) 이런 것이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고 또 보통 사람들의 본능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당신이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채 상대의 하는 것에 따라 결정을 하겠다고 할 때 생긴다. 우리가 얻는 결과는 바라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우선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의 행동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당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보일 지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바라는 것과는 상반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할 때 생긴다. 당신이 외도를 저지른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없다고 하면서 그에게 계속 매달린다면,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부부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면 부부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헤어지기를 원한다면 잘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헤어지겠다고 말했다면 상대에게 더 이상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고, 반대로 다시 잘 살아 보기로 했다면 의심과 추궁을 멈추라는 말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일단은 그 선택에 맞는 행동을 보여야 상대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자신의 의지로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만약 상대의 반응이 당신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면,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나서 상대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과 아무 선택이 없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것은 매우 다르다. 당신이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물 위에 떨어진 잎처럼 되어 물결이 흐르는 대로 떠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상대가 하는 것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도를 저질러 믿을 수 없는 상대에게 의존하는 삶은 당신에게 (어떤 면에서는 외도 자체보다도) 더 해롭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만약 당신이 이혼을 통고하기로 선택했다면,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변호사와 상담하여 법적 절차 및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 한다. 또 이혼이 되기까지 상대를 나가게 하든지, 혹은 당신이 나가서 지낼 준비도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당신이 ‘홧김에 질러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결혼을 지킬 것이라고 알릴 경우에는 상대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록 마음 속으로는 화가 나고 불안하더라도, (그런 것은 상담실에서 털어놓든지 하고) 상대 앞에서는 태연한 모습으로 당신이 하던 것을 계속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상대도 당신이 ‘이혼을 겁내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으로 인정하며 차츰 당신을 존중하게 된다.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해도 상대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즉 부득이하더라도 이혼을 추진하거나, 당신 혼자서 가정을 지켜내라는 말이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어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마지막 순간에 상대가 당신에게 매달리거나, 거꾸로 당신이 이혼을 결심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신이 이런 막다른 길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차피 불가피한 결말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마냥 기다리지 않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이제부터는 당신이 ‘당신의 말’을 분명하게 하며 살기를 바란다. 이것이 '당신의 삶'을 되찾는 방법이다.
다음 글에서는 외도 배우자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변화하여 가정으로 돌아오려 하는지 여부를 당신이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겠다.(다음편에 계속...)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