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그런데, 외도 배우자들 중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부 관계의 회복을 진정으로 바라면서도) 그 방법을 몰라서 상처 배우자가 기대하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절말 몰라서, 즉 출신 가정이나 주변에서 바람직한 부부 관계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를 탓하는 것보다는 당신이 그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만약 당신도 잘 모른다면, 바람직한 부부 생활에 관한 공부나 상담을 통해서 함께 배워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외도 배우자에게 다음과 같은 변화와 노력을 제시할 수 있다.
-당신이 인정하는 경우 외에는 가정에 있으면서 자녀 양육과 가사 분담 등 당신과 협력할 것
-출장이나 여행으로 집을 떠나 있는 동안은 물론 하루의 일정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할 것
-수입과 지출의 내역, 전체 계좌의 잔고 확인, 각종 SNS에서의 활동 상황을 개방할 것
-성 생활을 포함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여가 활동과 공동 관심사의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
-갈등은 줄이고 대화는 늘리기 위해 상담이나 관련 교육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친목 모임이나 종교 및 문화 단체 등 집밖 활동에 부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것
외도 배우자에게 위와 같은 요구를 할 때에는 몇 가지 유념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당신뿐 아니라 상대의 입장과 취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배려하라. 둘째, 제안 사항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라. 이 순위는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매겨야 한다. 사람들은 크고 중요한 것보다는 쉽고 간단한 것부터 실천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성공으로부터 다음의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셋째, 상대가 호응하지 않으면 당신이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준비가 필요하다. 끝으로, 상대의 노력과 변화에 대해서 당신이 되돌려줄 수 있는 것들을 미리 생각해 두라.
어쩌면 당신은 아직 실망과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서, 또는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인데, 무슨 보상까지 해주라는 말이냐?'며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근과 채찍’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의 교육에도 필수적인 수단이다. (대개의 경우, 채찍보다는 당근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당신도 알 것이다.) 당신의 실망과 분노를 잠시 미뤄두라는 것은, 그런 감정 반응이 부적절해서가 아니고, 당신이 '단순한 감정 해소' 보다 더 큰 보상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엎드려 절 받기’라는 말도 있지만, ‘하기 싫어 하는 사람을 억지로 하게 시키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서 하게 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면 그 행동은 점점 습관이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상대가 하는 행동의 진정성은 당신이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 일단 기회는 주고 지켜볼 것을 권한다.
외도로부터의 회복을 위해서는 예전의 좋은 때로 돌아가는 것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다 잊고 앞날만 보고 사는 것’도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뿌리에서부터 흔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배우자가 먼저 외도에서 벗어난 ‘새 사람’이 되어야 하고, 당신도 외도의 상처를 극복한 ‘새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같은 배우자와의 새로운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도에서의 회복이야말로 (외도로 끝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이혼’이라 할 수 있다. 즉 잊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① 각자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한 점들을 분명히 깨달아 그것을 바로잡고 ② 다시는 그런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③ 원래의 잘못에서는 멀어지고 배우자와는 가까와지려는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외도 배우자가 충분히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 당신이 되돌려줄 수 있는 최대의 보상, 즉 용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