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옛 미국문화원]

1938년, 한 건축잡지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근세식 건물 하나.
일제강점기 조선에 진출한 일본의 재벌 기업 미쯔이 물산(三井物産)의 신사옥으로 지어진 지금의 옛 미국문화원이다.

▲조선과 건축/쇼와 13년(1938년)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로서 1937년 9월에 착공되어 1938년 10월에 완공되었다.

▲ 지하1층 지상4층의 철근콘크리트 건물 / 1937년 착공, 1938년 준공

삼정물산(미쯔이물산) 경성지점이
황금정 1정목에
신축중인 사옥은 본월 중에 준공낙성하므로
내월 상순 이전 낙성식을 거행할 터이다
/ 동아일보 1938.9.9.

일제가 패망하자 미군이 접수한 이 건물은 1948년 한미 간에 `재정과 재산에 대한 최초 협정`이 체결되자 정식으로 미국의 재산이 되어 대사관으로 사용되었다.

준공 당시의 외관이 그대로 보존된 건물은 근대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았다.

▲ 등록문화재 제238호 / 4층 매스의 단순함을 탈피하기 위해 창 사이의 벽에 주름장식 가미

한국 근대건축의 흐름을 보면 1920년을 전후해서 새로운 경향이 나타난다. 그 이전엔 관공서, 교회 건축, 금융, 학교 건물들이 고딕이나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이었다면 이후에는 건축(물)이 갖고 있는 기능과 합리적인 공간구성에 따라서 외관 형태가 결정되는, 소위 모더니즘 양식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 건축으로 이행되는 하나의 과도기적인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옛 미국문화원 건물은 그런 절충적인 경향의 예라 할 수 있다.

▲ 1980년 12월9일 광주 미국문화원 방화(좌) / 1982년 3월18일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우)

이 건물은 한국 현대사에서 굴곡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1980년 광주 학살로 인해 민주화를 꿈꾸던 수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를 계기로 1982년 결국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이 벌어지고 대구 미 문화원도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1985년 5월 23일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이 일어났다.

▲ 대학생 73명, 광주학살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며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후 농성 전개(1985년 5월 23일)

1980년대 반미운동에 불을 지핀 상징적인 이곳은 1990년,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재산교환이 체결되면서 미국문화원 건물은 서울시 을지로 별관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 美소유시설 반환 속속 마무리(경향신문 1992.4.1.)

광주민주항쟁으로 촉발된 반미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점거 사건의 현장.
옛 미국문화원에 새겨진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다.

           - <옛 미국문화원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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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 https://youtu.be/nDvQSjGQA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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