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과거에는 ‘콩밥을 먹는다’는 표현이 있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말도 있는데 영양이 풍부한 콩밥을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유치장에 간다는 말로 쓰였다. 아무튼 콩은 두부도 만들고 볶아서 가루로 만들면 인절미를 만들 때나 밥을 비벼 먹을 때도 그만이었다. 또한 영양이 풍부하여 다이어트를 하거나 스님 등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양식으로도 그만이다.

또 하나의 유용한 양식 재료 중의 하나가 보리이다. 가곡 ‘보리밭’이 아니더라도 시골 출신들에게 친근한 보리밭은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객을 위해서 심어놓다 보니 이제는 도시인들에게도 많이 친근해졌다. 청보리 줄기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어보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또한 완전히 여물기 전의 풋보리를 베어다가 불위에 올려놓고 잘 익으면 입주변이 지저분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손으로 싹싹 비벼서 먹는 보리맛은 기가 막히다. 

웰빙 열풍으로 건강식이라 알려져 요즘 새롭게 각광을 받는 보리와 우리가 많이 먹는 빵이나 수제비 등의 면류 식품과 맥주의 원료가 되는 밀은 서로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는 것은 시골 사람이라면 모를까 도시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천양지판으로 다른 식물인 콩과 보리를 구별을 못한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좀 심한 바보를 지칭할 때 ‘숙맥’이라고 한다. ‘숙맥’의 숙은 콩, 맥은 보리를 나타내는 한자이다. 이 말은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줄어든 말로서 말 그대로는 콩인지 보리인지도 구별도 못하는 덜 떨어지고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영어에서도 바보를 지칭하는 말이 여러가지가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바보(fool)’은 라틴어 ‘follis’가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fol(mad)’이 되었다. 이 말이 중세 영어로 유입되어서 ‘fōl(바보)’이 되었고 최종 ‘fool’로 정착을 하였다.

‘당나귀/ 바보(ass)’는 라틴어 ‘asinus’가 캘트어를 거치면서 ‘assen(암 당나귀)’으로 변형되어서 고대 영어의 ‘assa’가 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 ‘as/ ass/ asse’로 되었다가 최종 ‘ass’로 정착을 하였다.

‘바보/ 지진아(dunce)’는 John Duns Scotus(약 1265–1308)의 이름에서 기원하여 1530년부터 사용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Scotus는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사상가였다. 그렇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르네상스 철학자들에 반기를 들면서 “dunce”는 1530년 새로운 지식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후에 의미가 변화하여 덜 떨어진 사람을 언급하는데 사용되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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