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앞 글에서 말했듯이, 배우자의 외도는 홍역(紅疫)과 같다. 비록 그 당시에는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지만, 건강을 회복한 후에는 아주 강력한 면역력을 가지게 된다. 물론 병을 앓지 않고도 (예방주사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없어서 겪게 된 (즉 각자의 취약점 때문에 일어난) 외도의 위기도, 잘 이겨내면 더 큰 선물로 바뀔 수도 있다.

그 선물은 '사랑의 자유'다.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의무나 강제로 느껴졌던 것이, 회복 후에는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이 된다. 혼자 할 것과 함께 할 것, 당장 혼자만 좋은 것과 함께 오래도록 좋을 것, 그리고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이 선물이 '부부 관계의 해소'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다음은 (당신들에게는 이미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부가 함께 실천하거나 장차 이루어 갈 목표로 하면 좋을 사항들이다.

⑴ 친절한 말투와 태도

이는 유치원에서부터 배우는 것으로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지만, 가족처럼 편한 사이에서 너무 쉽게 무시되는 것이기도 하다. 재치로 위장된 비꼼, 뼈 있는 농담, 그리고 실수처럼 나타나는 거친 몸짓은 (드러내어 항의하기에는 너무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런 버릇은 외도 전부터 그랬던 것일 수도 있고, 외도로 인한 갈등 상황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부인들은 자신의 말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해야 하고, 남편들은 부인의 말을 흘려 듣다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일이 없게 주의해야 한다. 외도 사건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시작하려면, 그 누구에게 보다 배우자에게 더 정중한 언행을 지켜야 한다.

⑵ 집 안팎 일의 공유

우리의 일상은 아주 많은 일들로 채워진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상대에게 미뤄진다. 전업 주부라도 남편이 밖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야 하며, 돈을 벌어오는 남편이라도 집안일에 최대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크고 작은 기쁨과 괴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얻어진 유대감은 불쾌한 기억이나 긴장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특별한 효력을 보인다. 상대의 수고에 대한 인정과 감사, 적절한 공감과 위로, 문제 상황에서의 유익한 의견과 유머 등은, 부부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아는 사이가 아니면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외도와 같은 균열을 경험한 부부는 유대감의 회복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⑶ 성 생활

결혼이란 서로의 성 생활을 배우자에게 한정하겠다는 계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도는 이를 위반한 것이다. 외도 후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부부들 중에는 성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반대로 섹스리스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특히 외도의 증거를 직접 확인한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 (이전 글에서 '외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부 관계의 회복을 성 생활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성 생활에서의 불편은 부부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징후일 수도 있다. 완전한 회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외도의 기억을 떨쳐 내기가 사실 쉽지는 않지만) 더 만족스러운 성 생활이 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⑷ 공동 생활과 개별 활동

이는 외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갈등 요인이었을 수도 있지만, 외도의 확인 후에 특히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상처 배우자는 외도 배우자의 개별 활동을 제약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함께 있는 시간이 (각자 긴장을 풀지 못하여)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처럼 잘못 굳어질 수 있다. 진정한 회복을 얻으려면,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함께 있으면 더 편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자의 개별 활동 후에는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하여, 그 활동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공동의 외부 활동도 중요한데, 타인들 앞에서 드러나는 배우자의 모습이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⑸ 외도의 공개와 비밀 유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부부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외도를 알고 난 후 대책을 상의하느라 알게 된 지인들이 있을 것이고, 부부 싸움의 와중에 자녀들이 알게 되기도 한다.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드러낸 당신들은 이들을 대하기가 매우 민망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당신들을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당신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에게는 당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당신들이 힘들여 얻은 면역력을 생생하게 물려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⑹ 결혼 관계의 유지 이상의 목표

외도를 겪은 부부들 중 1/4 정도는 실제로 이전보다 나아진 부부 관계를 경험한다. 부부 간 대화 방식이 개선되고 생활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개인적인 관심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봉사활동이나 종교적 생활 같은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함께 노력할 때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상대와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통하여 새롭게 발견되는 점들은 상호 신뢰와 존중, 그리고 자신감의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도는 대단히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이를 개인적인 수준에서 감당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이루려는 과정을 통하여 개인적인 상처의 치유를 넘어 공동의 인격적 성숙까지도 얻을 수 있다.

⑺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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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는 배우자와의 관계 밖에서 사랑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도 있다. 만약 그 시도가 효과적이라면, 외도를 자주 할수록 사랑도 커져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철학자 Martin Buber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외도는 본질적으로 ‘나-그것’의 관계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나-너’의 관계는 사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사랑은 (여러 사람을 경험하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상대와의 관계를 오래 그리고 깊게 지키려는 노력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지르게 되는 크고 작은 실수들을 바로잡으면서, 이런 일도 겪어냈으니 이보다 더 한 일도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는 매순간 사랑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 맺는 말 - 사랑의 회복

외도로부터의 진정한 회복은 외도 자체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랑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도로 얻으려 했던 사랑을 배우자에게 재발견하는 것, 상대의 약점을 잘못이나 배신으로 여겨 질책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 결코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도록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서로가 ‘나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더 많이 사랑할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위한 나의 사랑’을 매번 점검하여 더 두텁고 더 새로워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점을 채워갈 방법을 함께 찾으며, 상대도 나처럼 사랑할 것을 바라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배우자를 수없이 새롭게 사랑하는 것, 또 자신이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즉 오직 사랑만이 외도에서 회복되는 길이고 또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상으로 <외도의 상처와 회복> 시리즈를 마칩니다. 부족하나마 아무쪼록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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