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형법은 강제추행죄를 처벌하고 있는데, 문제는 과연 강제추행죄가 되는 추행의 기준이 무엇인지입니다.

최근 자신에게 업히라며 부하인 여성 부사관의 팔을 잡아끄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소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 군사학교 정훈공보실장(소령)으로 근무하던 A는 부사관 B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A는 2017년 7월 충북 괴산에서 "너와의 추억을 쌓아야겠다. 너를 업어야겠다"라고 말하면서 B의 양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린 혐의를 받았습니다. A는 또 한달여 뒤 산림욕장에서 B에게 "물속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거절하는 B를 갑자기 안아 들어올리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어느정도 인정되고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로 A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A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추행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범행 전 상황이나 범행 후의 정황 등이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지 않고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대법원 형사1부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19도12110).

재판부는 "사건 당시 A는 임관해 오랜 기간 복무한 남성 군인이고, 피해자는 임관해 약 1년간 복무한 여성 군인으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상관과 부하 관계였다"고 전제한 후,

▲ 사진 출처=픽사베이

"여성에 대한 추행에서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A가 부하인 피해자에게 업힐 것을 요구하거나 물 속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키를 잴 것 등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는 그 행위태양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한 후,

“A는 공소사실 관련 행위 외에도 같은 기간 부하인 피해자에게 수면실에서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A가 피해자에 대해 업무 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A의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뤄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피해자는 A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담아 이를 휴대전화에 기록하고 동료 군인들에게 그 사정을 말했으며,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도 A의 행위로 불괘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A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추행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봐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이 유무죄를 사이에 두고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1심 판단을 지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성적 자유의 침해, 성적 수치심 유발이 인정되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이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하여 하나의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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