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면 무겁고 번거롭지만 그 돈을 노리고 달려드는 파리떼가 생기기 마련이다. 잘못하여 절도라도 당하면 패가망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들이 많은 돈을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바로 수표이다. 그 어떤 금액도 한장에 숫자로서 간편하게 표시가 되기에 지갑 속에 한장으로 감쪽같이 넣어 다니면 된다.

수표는 은행 앞으로 발행되어 필요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교환증서로 화폐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의 국내 상거래에서 화폐의 주된 형태로 이용된다. 수표의 기원은 14~15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예금자가 은행에 대해 사용했던 예금지불지시서이며, 17세기경 영국에서 근대적 수표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1932년 등장했고, 1963년 1월 1일부터 수표법이 시행되었다.

은행 예금자가 수표를 발행하면 지급 업무 등 모든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므로 수표 발행인은 안심할 수 있다. 금전의 지급 위탁서라는 점에서 수표와 환어음은 같다고 볼 수 있고 그 법적 성격이나 형식도 매우 유사하다. 수표는 발행인이 금융기관에게 수표 소지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서면에 기록한 유가증권으로서 이서와 양도를 통해 타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

수표를 발행하려면 발행인과 은행 사이에 당좌예금계약이나 당좌대월계약 및 수표계약을 체결하고 처분가능한 자금이 있어야 한다. 수표는 가계수표, 당좌수표, 보증수표, 송금수표, 여행자수표 등이 있다. 은행이 교부한 수표 용지에 은행과 개인이 기명날인하여 발행한 것이 당좌/ 개인수표인데 일반적으로 아는 수표가 이것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자기앞수표는 은행이 은행 자신에게 발행한 것으로 출납계 또는 은행 간부들이 서명해 수표를 소지한 자에게 지급을 하는 형태이다. 신용도가 매우 낮은 수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증을 인정하는데 지급인을 제외하고 누구나 보증인이 될 수 있다.

많은 돈을 한장으로 소지할 수 있게 해주는 ‘수표(check, cheque)’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수표를 의미하는 철자’check’, ‘checque’, ‘cheque’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혼용되어 쓰였다. 그렇지만 19세기부터 철자 ‘cheque(프랑스어 ‘chèque’에서 유래)’가 영연방이나 아일랜드에서 금융상품의 표준어가 되었고 반면에 ‘check’는 다른 의미로 쓰였지만 이제 같은 의미이고 철자상의 차이만 있다. 미국 영어에서 양자에 대한 일반적인 철자는 ‘check’이다. ‘check’는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제국에서 사용된 고대 팔레비문자에서 유래되었다고 유추된다. 배달된 상품에 대한 일정한 돈의 지불을 약속하는 의미인 이 나라의 단어 ‘saqq’가 아랍세계로 퍼졌다. 이 ‘saqq’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 ‘chèque’가 되었고 19세기에 ‘cheque’로 정착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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