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 덕진산성에서 감악산과 파평산을 바라보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행주산성 대첩비 한강 보고 우뚝
피에 물든 칡꽃향기 나를 보고 방긋
아리랑 고개 넘어 덕양산 정상 올라

아리 아리 아라리오
교하가 눈앞이오 아미섬이 출렁출렁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교하(交河) 물결’

한강 아리랑 노랫소리가 행주산성에 울려 퍼진다. 양화진에서 물결 따라 배를 타고 내려오니 창릉천 만나는 덕양산 정상이다. 만조시 강화도 바닷물이 행주산성 아래까지 출렁거린다. 수많은 물고기가 잡히는 행주산성 강변이 행호라 불리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웅어는 이곳에서 잡히어 도성 안 수라상까지 보내졌다. 진상품으로 귀한 물고기가 웅어다. 몸통이 가늘고 길며 배는 칼날처럼 쭈욱 날카롭고 꼬리는 길다.

한강과 임진강이 웅어의 서식지

웅어는 민물고기일까? 바다 고기일까? 여름부터 가을까지 치어는 바다에 내려가 겨울을 지내고 봄에 행주산성 강변까지 올라와 산란한다. 가을의 진미가 전어요, 봄의 진미는 웅어다. 4~5월이 제철인 웅어가 갈대숲에서 잡히면 웅어회를 별미로 삼았다. 맛이 달고 기름져 웅어는 고급 음식이다. 파주 교하와 고양 행주에서 먹을 수 있다. 행호(杏湖)라 불리는 행주산성 강물은 임진강과 만나는 교하에서 물의 색이 확 바뀐다.

임진강은 한강의 1 지류다. 남북을 관통하는 물줄기 따라 244km 거슬러 파주 지나 철원 한탄강까지 강변는 군사적 요충지다. 굽이굽이 물길 따라 크고 작은 성을 쌓고, 1300여 년 전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까지 뺏고 빼기는 강이 칠중하(七重河)라 불리는 임진강이었다. 편리한 주운과 물산의 집산지인 임진강 나루터는 개성까지 단박에 갈 수 있다. 임진강은 교통의 중심지며, 역사의 격전지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이다. 오두산에서 임진강의 유일한 섬인 초평도까지 물결은 세차지만, 풍경은 아름다워 임진강변에 정자가 나란히 있었다.

임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 반구정(伴鷗亭)

▲ 임진강 따라 가장 아름다운 정자_반구정

방촌 황희 정승의 반구정은 정계를 물러난 후 임진강에 정자를 지었다. 고려와 조선을 넘나들 듯, 임진강 건너 송악산이 보인다. 고개를 들면 산 너머 삼각산이 보이는 이곳에 정자를 지었다. 강가 언덕에 갈매기를 벗 삼아 반구정에서 천수를 누리고, 황희 선생 묘와 방촌기념관까지 이곳에 있으니 누구를 부러워하리오. 가을 햇살에 구름과 바람 그리고 갈매기가 반구정의 주인일 뿐이다. 임진강변 아름다운 풍광속에 시 한 구절이 소리없이 다가온다.

임진강 낙하진(洛河津)과 가깝게 있어 낙하정이었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에 흰 갈매기가 강 위에 모여들어 반구정으로 하였다. 잔잔한 물결 따라 장단반도가 눈앞에 있고, 임진강 하류에 언덕 위 정자가 우뚝 솟아 있다. 밀물과 썰물이 나가고, 물이 드러나면 하얀 갈매기들이 넓은 백사장에 노니는 풍경이 예나 지금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한반도의 역사의 현장, 덕진산성(德津山城)

임진강 철교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면 65m 정상 위에 성곽이 있다. 비 온 후 흐린 하늘에도 송악산과 감악산 그리고 임진강 너머 파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치성과 보루를 갖춘 성곽이다. 천혜의 요새가 바로 이곳이다. 고구려의 최남단 임진강에 쌓은 산성은 백제와 신라의 군사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산성 위에 오르니 남쪽으로 임진강의 유일한 섬, 초평도가 보인다.물살이 잔잔하고, 샛강 너머 산과 언덕이 뚜렷하다. 바라볼수록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 가슴이 저려온다. 수많은 장수들과 전쟁터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덕진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쌓여있고, 수많은 시간 속에 왜란과 호란을 지켜본 임진강에서 가장 중요한 산성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강변으로 연결된 산성 아래 철새들의 요람인 초평도는 고요하고, 드넓은 초목은 아름답다. 임진강 따라 초평도를 지나면 산 중턱에 또 다른 정자가 보인다. 밤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이곳은 율곡리다. 율곡 선생의 선산이 있고 자운서원 속도 율곡도 보이는 듯하다. 어머니의 고향인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파주에서 자라고 제자들과 학문을 논하며 여생을 임진강변에서 보냈다. 임진강이 보이는 언덕에 화석정은 왜 지었을까? 임진왜란을 대비하여 정자에 기름칠을 하도록 유언을 남기고, 도성 밖을 나선 외로운 선조가 의주행을 할 때 어두운 밤을 밝혔던 곳이 바로 화석정이다.

임진팔경의 으뜸, 화석정(花石亭)

▲ 임진강 너머 하늘 속 구름과 바람 그리고 갈매기

화석정 현판에는 세월이 묻어 있다. 칠중하로 불리는 임진강의 칠흑같은 밤에 초평도를 넘어야 의주로 갈 수 있는 맥없는 선조, 무엇을 생각했을까? 율곡 이이는 이 시간을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상소를 올리며 화석정에서 그 뜻을 전하며 기다렸다. 정자 옆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그날의 율곡의 시를 읊고 있는 듯하다.

‘산 위에 둥근 달이 떠오르고,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네. 변방의 기러기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울고 가는 소리 저녁 구름 속에 사라지네.’ 율곡 이이의 8세에 쓴 화석정시다. 아름다움과 슬픔이 시속에 묻어 임진강 물결따라 실록 속 이야기가 지금껏 전해온다.

파주는 한반도의 역사가 숨어 있다. 임진강은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나라를 위해 수많은 목숨을 바쳤던 곳이다. 파주에 한반도 문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파주삼릉과 파주 장릉에서 황희 정승과 율곡 이이 그리고 허준 선생의 이야기까지 수많은 스토리가 산속에 숨겨놓듯, 강변에 흔적이 묻어 있다. 파주의 역사는 한반도의 역사며, 임진강의 이야기는 한반도 미래다. 군사분계선 250km를 평화의 얼굴로 바꾸어야 할 시간이다. 파주는 꿈과 희망을 품은 미래의 도시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선은 이제 한반도를 이어가는 손으로 만들어 보자.

임진강(臨津江)에 꿈과 희망이 흐른다.

▲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단법인)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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