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사람들이 무료하거나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 독서, 음악감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영화감상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시간을 보낼 때도 유익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하나 만드는 수단으로도 매우 좋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생각된다. 누나들을 따라서 극장에 갔었는데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영화였다. 사막의 전쟁 장면이 떠 오르는데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긴 인간들도 많이 있구나’하며 보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서양인 얼굴 부분만 대형 화면에 확대되어 비쳐졌을 때 파란 눈은 그때까지 처음보다 보니 도깨비라 혼비백산하여 극장을 뛰쳐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는 지금처럼 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잡지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서양인을 사진이나 실제 본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거나 아예 없었다.

그 푸른 눈의 서양인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크로즈업되어 보인다면 어쪄겠는가? 그 상황은 마치 우리가 수학여행이나 엠티를 갔을 때 친구를 놀리기 위하여 도깨비나 유령 탈을 쓰고 자고 있는 친구를 혼비백산시키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누나들의 만류로 극장에 계속 있었지만 무서워서 영화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도 아니었지만 나의 경우는 최초의 영화치고는 개인적으로 좀 씁쓸한 추억이다.

영화는 기술적으로 볼 때 초당 약 16~24 프레임의 스틸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때 사람들의 눈에 남아있는 잔상효과 때문에 정지 사진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환상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영화의 역사는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과 윌리엄 딕슨이 1891년에 개발한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에서 시작한다. 이 기계는 동전을 넣고 엽서 크기만한 크기의 기계 안을 한 사람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1886~88년 오귀스탱 르 프랭스와 에티엔 쥘 마레가 영화 촬영기를 만들었다.

최초의 ‘키네토스코프’관이 뉴욕에서 오픈한 다음 해인 1895년 12월 28일 발명가 오귀스트 뤼미에르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오늘날의 영화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게 영화 카메라겸 영사기인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 graphe)’를 발명하여 대중영화를 파리에서 최초로 상영했다. 영화산업의 초석을 그들 형제가 굳건하게 다진 것이다. 이후로 영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영화라는 용어는 다양하게 표현된다. 초기에는 활동사진(animated picture)이나 사진 연극(photo drama, picture play) 등의 용어가 사용되었으나 오늘날은 시네마, 무비, 필름 등의 단어가 흔히 쓰인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시네마(cinema)’는 만들어진 영화와 영화 관련산업의 주변을 모두 포괄하는 폭 넓은 의미의 단어이다. ‘필름(film)’은 새로운 신기원을 제공하는 예술적 측면과 독보적이고 창조적인 미학을 강조하는 영화를 만드는 쪽에 더 무게를 둔 영화 용어이고 ‘무비(Movie)는 이전의 만화 등에 대비하여 움직임을 강조한 영화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확실히 구별이 지어지면서도 서로 혼용되어 쓰여지기도 한다. 아무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행복한 시간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는 영화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영화’의 어원을 보면 ‘시네마(cinema)’는 그리스어 ’kinein(움직인다)’에서 파생한 ‘kinema(움직임)’인데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와 뤼미에르 형제가 개발한 ‘씨네마토그라프(cinématographe)’ 기계 이름에서 연유한 불어의 ‘cinéma’에서 왔다. ‘무비(movie)’는 영어 ‘moving pictures’에서 유래된 말로서 ‘활동사진’의 의미가 강하다. 현대에는 영화 그 자체는 무비라고 하지만 영화에 관련된 모든 활동 즉 극장, 영화제, 영화를 이용한 마케팅, 영화를 통한 소비활동 등을 총괄하는 용어로 ‘시네마’를 사용한다. 독일에서는 영화를 ‘키노(kino)’라 부르는데, 프랑스어와 영어의 영화를 뜻하는 ‘시네마 (cinema)’역시 그리스어 ‘kinema’에서 유래되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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