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시골 초등학교때 미술시간이면 크레용과 스케치북을 야외로 가지고 나가서 풍경화를 그리곤 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는 크레용 대신에 도화지인 스케치북에 물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미대에 가고 싶은 친구들은 캔버스 천에 유화로 그림을 그렸는데 유화를 그린다는 것은 물감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들었고 물감과 유화는 장비부터가 풍기는 격이 달랐다.

철학자 존 로크의 유명한 말 중에 ‘tabula rasa’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백지상태’, ‘정신이 때묻지 않은 상태’, ‘글 등이 새겨지지 않은 빈 석판’을 의미한다. 이 단어의 의미는 인간은 백지상태로 세상에 태어나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만의 범주를 형성하는데 이 범주가 그 사람의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즉 인간의 지식은 자신의 경험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tabula rasa’에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으로 빈곳을 채워가듯이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원하는 대상을 캔버스 위에 스케치 한 다음 색으로서 채워가야 하는데 이 타블라라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도화지/ 캔버스천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도화지는 ‘그림을 그리는 종이’로 캔버스 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종이의 의미가 강한 단어이다. 캔버스천은 유화를 그릴 때 필수 재료이다. 캔버스는 옛날부터 항해용 돛을 만드는데 이용된 아주 질긴 대마/ 아마, 삼 등의 섬유로 만든 천인데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와 배의 돛인 캔버스(범포)가 동의어이다.

날실 한가닥으로 직조하는 유화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는 돛인 범포보다 훨씬 가볍다. 두가지 모두 같은 캔버스란 말을 쓰지만 돛인 캔버스(범포)와 구별을 위해서 유화용 캔버스는 화포(畵布)라 부른다.

그렇다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필수 요소 중 하나인 ‘도화지/ 캔버스(canvas)’는 어디에서 유래가 된 말일까?

‘canvas’는 그리스어 ‘cannabis(대마)’가 라틴어를 거쳐서 통속 라틴어 ‘cannabāceus/ cannapāceus(삼베/ 대마로 만든)’로 변형되었고 이 단어가 고대 북부 프랑스어 ‘canevas’로 유입이 되었다. 이 단어와 앵글로 프랑스어 ‘canevaz’가 13세기에 영어로 유입되어서 ‘canvas’로 최종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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