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돈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A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 B씨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모호텔에서 성폭행하여 강제추행·준강간 혐의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교수는 술을 마셨으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연스레 스킨십을 했을 뿐 성관계를 맺은 일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하고,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유죄로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피해자를 항거불능 내지는 곤란하게 만들어 간음하는 죄이다. 이와 달리 형법 제200조 준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서 간음했다면 성립된다. ‘심신상실’은 정신 또는 의식장애로 인해 변별력 상실 및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은 신체를 속박받아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한가지 실례로 술에 취해 의사판단과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대방에게 강제추행 또는 간음을 했을 때 준강간죄로 연루될 수 있다. 강간죄와 준강간죄 모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유죄선고를 받게 될 경우 징역형과 별도로 신상정보공개, 취업 제한, DNA 채취 및 보관 등의 보안처분을 병과 받게 된다.

성폭력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어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범죄다. 공무원의 경우 연루만 되더라도 업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유죄가 인정되면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의 중징계 처분도 피하기 어렵다.

술자리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은 준강간은 만취 상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상대방이 다음날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판단이 흐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억이 엇갈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할 수 있다.

최근 성범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입각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쉽게 말해 분명한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가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면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해로 인해 연루됐어도 객관적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위주로 수사가 진행되기에 수사 초기부터 형사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억울한 상황에서 상황을 모면하고자 덜컥 합의를 시도한다면 모든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 격일 수 있으니 피의자가 됐다면, 도움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장영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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