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리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여성가족부에서 지난 해 1만 9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절반 가량이 비혼 동거, 무자녀, 비혼독신에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혼 동거 사유는 경제적 이유, 결혼 제도와 규범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이유 등이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인식이 달라지면서 동거, 사실혼 관계 비율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면서, 법조계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관계로 인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관련해 얼마 전 판례에서 남편이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때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 역시 남편 사망 이후 공무원 퇴직연금을 승계할 수 있다는 사례가 주목 받은 바 있다.

ㄱ씨는 30여년 간 유부남인 공무원 ㄴ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ㄴ씨의 법률상 배우자인 ㄷ씨가 사망하자 ㄴ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ㄴ씨가 사망했고, ㄱ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ㄴ씨가 공무원 퇴직 후 받아왔던 연금을 이어받겠다며 유족연금 승계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ㄱ씨는 ㄴ씨 공무원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고, ㄱ씨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퇴직유족연금 승계불승인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ㄱ씨의 손을 들어주며, ㄱ씨가 ㄴ씨 공무원 재직 기간부터 퇴직 후 사망할 때까지 동거하며 자녀를 낳아 기른 점, 유족연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ㄱ씨가 ㄴ씨의 배우자로서 퇴직연금을 승계할 유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실혼 배우자 사망이 아닌 양측 혹은 일방의 동의하에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청구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혼인의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춰야 법률상 부부가 된다. 사실혼은 혼인 의사 합치, 근친혼금지, 중혼금지 등 혼인의 실질적 요건은 충족하지만,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혼과 달리 부부 권리 일부만을 법률적으로 보호받는다.

사실혼 부부가 헤어질 때는 법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으며,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또는 일방의 통보에 의해 사실혼 관계를 해소할 수 있어 비교적 과정이 어렵지 않다. 다만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재산분할, 위자료, 자녀 양육권 등을 소송으로 다툴 수 있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의 이혼과 매우 유사한 부분이 있다.

판례상 사실혼 배우자 일방이나 제3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실혼이 파기된 경우 배우자 또는 제3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사실혼 기간 동안 부부가 협력해서 모은 재산은 두 사람의 공동소유로 사실혼이 해소되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된다. 단, 친부가 자식을 인지한 경우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부부가 공동으로 행사하며,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경우 부부 합의 하에 자녀 친권, 양육자 및 양육사항을 정한다.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지정을 청구할 수 있다.

사실혼 관계에서 혼인 외 출생자와 친부는 법적으로 부자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양육권 갈등이 있을 때 아버지 측에서 자녀 친권, 양육권 등 사항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지청구소송을 먼저 해야 한다.

이렇게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사실혼 관계 해소 후에도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등 그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으나, 이에 앞서 사실혼 관계가 있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사실혼 관계를 해소할 때 일방이 사실혼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실혼 관계 해소 시 사실혼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 예컨대 함께 생활비를 사용한 내역, 결혼식 사진, 주변인의 진술, 양가의 행사에 참여한 자료, 대화 내역,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임대차계약서 등 두 사람이 동거하고 혼인 생활을 했다는 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사실혼 관계 해소 역시 다양한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는 바. 이혼과 다를 것 없이 홀로 서기 위한 탄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우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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