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윤식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최근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해 동업계약을 체결한 의사들 간에 생긴 분쟁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3명의 의사가 각 7분의 5, 7분의 1, 7분의 1씩 지분을 갖고 5년의 동업 계약을 맺고 병원을 공동 운영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 재계약 과정에서 동업 의사 중 한 명인 X씨가 계약 내용에 불만을 가져 협의가 무산되자, 다수의 지분을 가진 의사들이 그를 제명한 것이 적법한지가 문제 된 사건이다.

고속득자로 대표되는 의사라 하더라도 초기 병원 운영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개원시 동기나 선후배 등 여러 지인과 함께 각자 일정 비율씩 출자하여 공동개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병원 형태는 민법상 조합의 형태로 분류되는데, 조합이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조합은 공동목적을 지닌 인적 결합체로 단체성을 가지지만, 조합원의 개성이 유지된다. 따라서, 조합의 업무집행은 원칙적으로 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뤄지며, 조합원 개개인은 언제든 임의로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다수의 조합원의 일치된 결정으로 특정 조합원의 제명도 가능하다.

민법 제718조에는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이를 결정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조합원 중 누군가가 다수에 의해 제명당한 경우라면 그 사유가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된다.

해당 사건에서는 X씨는 기존의 동업계약이 끝나면서 새로운 동업계약 변경안의 내용 중 고정급으로 지급해 오던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바꾸는 것과 동업탈퇴 조항에 반대해 협의가 무산되면서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자 다른 의사들이 X씨를 조합에서 제명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각급 법원의 판결이 달라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제명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2심 법원은 X씨가 변경된 계약 내용에 대해서 반대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계약의 체결을 반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제명이 정당하지 않다고 보아 X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면, 대법원의 입장은 달랐는데, 조합원이 동업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정행위를 하는 등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조합원들 사이에 반복되는 불화로 대립이 발생하여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아 제명이 정당하다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동업계약 변경안의 내용 중 문제가 된 부분인 고정급으로 지급해 온 의사 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바꾸는 것 역시 그동안의 조합운영의 실적에 비추어 불합리하거나 특정 조합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조합원 중 일부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라면 수정 제안을 하는 등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도 언급하였다.

고소득자인 의사들 간의 동업 분쟁은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소송 기간을 거칠 경우 병원 운영비와 수익 정산 등으로 인해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수의 조합원이 동의한 어떠한 변경안에 대해 불만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동업관계의 존속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겠다.(법률사무소 안목 문윤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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