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필연론 Vs 우연론’의 걸작 블랙 코미디 [유진모 칼럼]

유진모l승인2022.03.21l수정2022.03.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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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2020)는 리암 니슨의 복수극과는 매우 다른 블랙 코미디로서 꽤 심오한 영화이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한 소녀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전거를 사 달라고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덴마크의 하이틴 마틸드가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엄마 에마가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하지만 자동차의 시동이 안 걸려 지하철을 탄다. 통계학자 오토와 해커 렌나르트가 1년 동안의 알고리즘 연구를 발표하지만 해고당한 뒤 오토가 지하철을 탄다. 오토가 자리를 양보하자 에마가 앉고 곧바로 화물 열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에마 등이 사망한다.

오토는 에마 모녀가 탑승할 때 황급하게 내린 한 승객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외면한다. 그는 렌나르트와 함께 CCTV를 분석해 사망자 중에서 마피아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조직원이었지만 배신하고 두목 쿠르트의 죄를 증언하려던 이글과 그 변호사가 전철에서 희생된 것을 발견한다.

안면 분석가인 에멘탈러를 찾아가 전철에서 내린 승객의 얼굴을 분석한 결과 쿠르트의 동생 팰레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전방에서 근무하던 특수부대원 마르쿠스(매즈 미켈슨)가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귀가한다. 오토가 마르쿠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마르쿠스는 팰레를 찾아가 단숨에 살해한다.

재판에서 조직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지만 쿠르트는 무죄로 풀려난다. 쿠르트는 팰레가 살해될 때 그곳에 인질로 잡혀 있던 우크라이나의 게이 보다쉬카의 증언을 통해 에멘탈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마르쿠스의 창고에 작업실을 차린 에멘탈러는 장비가 부족하다며 자기 집의 것을 가져오라고 부탁한다.

마르쿠스 등은 에멘탈러의 집에 갔다 갱들의 공격을 받지만 마르쿠스의 활약으로 처치하고 보다쉬카를 데려온다. 각종 정보를 통해 갱단이 한적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을 알아낸 마르쿠스는 그곳을 습격해 주요 인물들을 살해한다. 쿠르트는 SNS를 통해 오토와 마틸드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닥터 스트레인지’의 빌런 케실리우스 역으로 잘 알려진 미켈슨은 덴마크의 국민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 카리스마와 연기 솜씨는 믿고 봐도 후회가 없다. 그러나 전술했듯 평범한 복수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우연과 필연, 유신론과 무신론 등에 대한 대립을 앞세운 철학이 강하기 때문.

숫자에 관한 한 시조이자 지존이라고 할 수 있는 피타고라스는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신비주의자이다. 심지어 석가보다 살짝 먼저 윤회론을 주창했을 정도. 오토는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라는 지론을 지녔지만 피타고라스의 절반만 닮은, 철저한 컴퓨터 신봉자이다. 절대적인 유물론자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인과론으로 보고 알고리즘을 우선으로 여긴다. 하나의 결과가 발생하면 그건 가지를 쳐서 다수의 원인이 되고, 그 원인들은 다시 더 많은 결과를 야기하는 나비 효과나 풍선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 마르쿠스는 어릴 때 신을 믿었지만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변했다.

마틸드가 “엄마가 사후 세계에서 얼마나 외로울까?”라며 울자 그는 “안 외로울 거야. 사라졌기 때문에. 죽음은 그냥 끝이야.”라며 달랜다. 수많은 이항 대립 중 운명론과 우연론이 있다. 필연론자는 대체로 유신론자이다. 변신론자 라이프니츠는 신이 모든 것을 정해 놓았다는 예정조화론을 부르댔다.

결정론이나 기계론과 유사한 맥락이다. 무신론자 중의 자연주의자 역시 ‘자연의 섭리’를 믿는다. 그들은 결국 신은 이 장대한 우주와 자연이라고 믿는다.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도 그런 차원이다. 중국에도 해가 중천에 뜨면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달이 차면 기울기 마련이라는 ‘일중즉이월만즉휴’가 있다.

마틸드는 ‘만약 내 자전거를 도난당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식으로 과거에 얽매여 있다. 그녀가 방에 그런 식의 포스트잇을 계속 붙이는 강박증이다. 그녀는 우연론자에 가깝다. 이런 논리나 이념의 양가성 중에 어떤 이론이 옳은지는 명석하게 판명하기 쉽지 않다. 영화는 그런 예단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강박증을 꼬집는다. “분노할 대상이 없으면 괴롭다.”라는 대사이다. 마르쿠스는 무서울 게 없는 살인 기계이다. 하지만 그건 군복을 입고 무장을 했을 때일 뿐 가정으로 돌아오면 마틸드에게 절절 매는 ‘딸바보’일 따름이다.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아내가 사망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그에게 오토 일행의 등장은 절망 속의 희망이었다. 분노의 대상을 발견했기 때문에 복수라는 방어기제를 발동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나마 위안을 찾았던 것이다. 그는 마틸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정도로 가장으로서 영점이었다. 민간인으로서는 무능력한 그가 주특기를 발휘할 기회를 잡은 것.

오토는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는 바람에 딸을 사망하게 했다는 죄악감으로 살아왔다. 사고로 오른팔이 불구가 되었다. 렌나르트는 수십 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 에멘탈러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기에 극도의 비만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핸디캡이 있다.

“사람들은 행운은 신의 은총이라고 여기면서 비극은 우연 탓으로 돌리지.”라는 대사는 그런 약점의 결과를 말한다. 필연론도 우연론도 지나치게 집착하면 독이 된다. 주인공들은 인과론을 만들어야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숨은 걸작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TV리포트 편집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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