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윤 대표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일반적으로 사람의 집중력은 나이에 비례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성인이 돼서도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 조차 좀처럼 집중하지 못해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증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당수의 사람들은 ADHD가 소아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어린이만 겪는 증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중 50% 이상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성인의 ADHD는 사회적, 경제적 능력과도 결부돼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의 공존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치료 또한 공존 질환에 맞춰 진행이 되기 때문에 본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재발하고 특유의 충동성이 커지면서 감정 조절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집중력 부족을 지목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어떤 한 가지 일에 과몰입하게 돼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취미활동에 과도하게 빠져들며 주위에서 제재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한 가지 행동만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충동성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주변 정리가 잘 되지 않고 시간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등 생활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데 단지 집중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상당히 급하고 충동적이어서 약간의 시련에도 깊게 좌절하고 예민해진다. 이에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 심리학 샤론 모린 박사팀은 ADHD를 앓고 있는 사람 5명 중 약 1명이 호딩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정신의학 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게재했다. ‘호딩(hoarding)’이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과도하게 강박적으로 쌓아두는 저장장애 증상을 일컫는다.

심리학 샤론 모린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DHD 클리닉에 다니는 참가자는 19%가 눈에 띄는 호딩 증상을 보였다. 나머지 81%도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호딩 증상이 부각됐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반면 대조군의 경우 단 2%만이 호딩 증상을 보였다. 즉,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전반적으로 호딩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단순히 노년층에서만 호딩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ADHD는 다양한 측면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ADHD는 스스로 평가도를 작성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판별 가능하고 더 자세한 검사를 원한다면 CNS 신경인지 검사를 통해 집중력의 정도를 다양한 척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CNS 신경인지 검사는 기억력을 판단하는 것을 언어, 시각, 단기, 장기 부분으로 나누며 비언어적 능력을 테스트하고 주의력 전환이 얼마큼 잘 되는지를 체크할 수 있다. 대략 40분에 걸쳐서 10가지 능력을 확인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취약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은지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히 수립할 수 있다.

성인은 소아에 비해 치료의 필요성을 더 잘 인식하고 있으므로 치료 방향을 잘 정한다면 쉽게 호전될 수 있다. 치료는 약물 사용과 인지 행동 개선을 위한 치료로 이뤄지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불면증 등이 발현됐다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치료에 임해야 한다.(강남 삼성빛정신건강의학과 허정윤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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