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무 변호사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공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해병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해병대에서 한 병사가 선임으로부터 100차례 넘게 강제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사 A 씨는 선임병 B 씨가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거나 샤워할 때 옆에 소변을 누고 침을 뱉는 등의 학대를 털어놓았으며 B 씨는 A 씨의 성기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하는가 하면 뺨을 때리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와 군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은 2020년 216건에서 2021년 999건으로 폭증했고 성폭력 유형별로는 성추행이 814건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군대 내 성범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되면서 성범죄 신고 건수가 증가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된 분석 중 하나다.

일반적인 강제추행 죄는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나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을 비롯해 군형법에 따라 군인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사람들(군인 등)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 등을 추행한 경우 군형법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군인 등 강제추행 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징역형의 하한이 정해진 중범죄이다.

또한 군인 등 강제추행 죄는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며, 불명예 전역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군인 등 강제추행 죄는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죄를 판결 받을 경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 규정에 의해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 취업제한 등 보안처분도 내려질 수 있다.

군형사사건은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도 특징이 있다. 민간에서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담당하지만 군대 내에서는 군사경찰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한다.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경찰 수사와 달리 군사경찰은 대게 당사자가 아닌 지휘관과 먼저 연락을 취하고 조사 일정을 정하기 때문에 조사 전부터 위축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준비할 시간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되므로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기 쉽다.

군인 신분으로 군 성추행, 군인 등 강제추행 등 군형법상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전역을 한 후에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군형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동성, 이성을 가리지 않고 처벌 가능성이 높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군대 내부적인 수사 과정에서 군인인 피의자로서는 제대로 된 법률적 조언을 받거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군 성추행이 문제 된 경우에는 해당 사건을 많이 다뤄본 형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응해야 한다.(부산 오현 법무법인 이철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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