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호영 국장의 직격인터뷰] 쉰 다섯살 때 각종 성인병 증상에 시달리다 중국 전통 기공체조 ‘팔단금(八段錦)’을 배운지 8개월 만에 뱃살과 머리를 허벅지와 바닥에 닿는 희열을 맛 본 물류회사 대표 신제식 씨.

필라테스,요가,바른자세운동(SNPE) 등을 배우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동작에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팔단금’을 익히면서 몸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수련까지 됐다는 나유경 씨.

2017년 대사증후군 및 성인병 관리대상 통보를 받고 일주일에 한번씩 1시간 30분간 내 몸에 투자하겠다며 ‘팔단금’을 익힌 지 1년 만에 건강검진 정상 A판정을 받는 정태상 씨.

이렇게 팔단금이 성인병까지 낫게 해줬다고 자랑하는 여덟 사람이 자신의 체험담과 수련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책을 냈다. 제목은 ‘오! 나의 팔단금’

저술을 주도한 사람은 다른 일곱 사람이 사부(師父)로 모시는 이길우 대한팔단금협회 회장. 한겨레신문 기자로 정년퇴직했다.

▲ ‘오! 나의 팔단금’

-기자 생활 중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는데, 그 때 팔단금을 알게 됐나.

“1995년부터 3년 동안 한겨레신문 초대 베이징 특파원을 할 때 공원이나 거리에서 기공체조를 보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베이징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해, 어느 날 서울 종로3가 파고다공원을 가게 됐는데, 거기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고 중국의 기공체조를 떠올렸다. 파고다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바둑 장기 등을 두며 대부분 앉아 있었다. 운동하는 어르신은 한분도 없었다. 태극권에서 사교댄스까지 다양한 육체적 운동을 하는 중국 노인네들과 크게 대비됐다.

그 차이가 뭘까, 곰곰 생각해 봤더니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체조나 사교댄스를 가르쳐 주었다. 자신도 무료로 배웠으니, 무료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그래서 바로 팔단금 보급에 나선 건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몸을 쓰고 움직인다는 게 자신의 정신, 마음까지 변화시킨다는 것을 나 스스로 체험한 적이 있다.

제 고향이 충남 조치원인데, 부모님은 조치원에서 빵집을 운영했다. 그 덕에 잘 먹어서인지 어릴 때 덩치는 컸다. 하지만 운동에는 젬병이었다. 축구를 해도 친구들은 나를 자기 팀에 넣기 싫어했으니 내 성격은 소심해졌다.

주눅 든 나의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던 가족들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태권도 배우기를 권했다. 무척 재미있었다. 하룻밤에 도복을 세 번 벗어서 짤 정도로 열심히 했다. 뒤 돌려차기를 하면 상대방의 목에 발이 정확하게 꽂히던 때였다.

일상에 자신감이 생겼고, 성격도 굉장히 활발해져 결국 기자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기자가 되어서는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무술을 찾는 작업을 했다. 기마민족인 만큼 자랑할 만한 전통무예가 있다고 믿었다.

고수를 찾아다니며, 고수들이 건강한 비결을 연재물로 일주일에 한번 씩 한겨레 신문에 게재했다. 그 시리즈물 취재 과정에서 ‘팔단금’ 고수를 만나게 됐다“

▲ 이길우 대한팔단금협회 회장

-그 고수가 누구셨나.

“치악산에 은거하며 주역을 연구하던 백오 김성욱 선생이다. 그에게 한 대학의 원로 교수가 중국 유학중에 배운 팔단금을 전수해 주었다. 백오선생은 팔단금 덕에 여러 질병으로부터 해방됐고, 차력사 같은 기운을 갖게 됐다.”

-무협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얘기 아닌가?

“그런 백오선생을 매주 치악산으로 찾아가 팔단금을 배웠다. 역근경, 오금희와 함께 중국 3대 기공체조가운데 하나인 팔단금은 동작이 복잡하지도 않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어느 무술 체계에도 없는 비단 금(錦)자가 들어가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을 배운다는 생각에 일주일이 짧게 느껴졌다.

배우기 쉽고, 효과가 좋은 수련체계를 체험하고, 그것을 도반(道伴,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들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크다. 그 기공체조가 바로 팔단금이다.”

-도반들은 팔단금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발행하는 고도원 선생을 만난 게 계기였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에서 공보담당·연설비서관을 맡았던 고도원 선생은 퇴임 후 2001년 8월1일부터 샘물 같은 아침 글귀를 구독자들에게 보내던 때였다.

고도원 선생에게 단행본으로 나온 ‘고수는 건강하다’ 책을 전해 드렸더니, 그 책을 읽고 나서 ‘팔단금’이 인상 깊다며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서초구 아버지센터에서 시민들에게 전파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그곳에서 5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팔단금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책을 내는데 참여한 도반 대부분이 아버지센터에서 팔단금을 처음 접했다.”

▲ 이길우 대한팔단금협회 회장

-팔단금 수련의 매력은 뭔가.

“우선 배우기 어렵지 않다. 단지 8초식이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평생 할 수 있는 그냥 맨손체조다.

얼마 전 중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집배원 일을 하고 있는 103세 된 노인에게 건강 비결이 뭐냐고 기자가 질문했다. 그 노인은 “평생 팔단금을 수련했다”고 대답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팔단금’을 꾸준히 수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팔단금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10~30%만이 꾸준히 수련하는 것 같다. 팔단금처럼 오장<五臟,심(心) 폐(肺) 비(脾) 간(肝) 신(腎)>과 사지<四肢,두 팔과 두 다리>를 단련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건강체조 도인술(導引術)에 왕도는 없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두 번째는 매일매일 반복해 꾸준히 수련하는 길 밖에 없다.”

▲ 이길우 대한팔단금협회 회장

-우리 몸은 왜 계속 수련해야 하나.

“사람의 몸은 나무와 같다고 비유할 수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사람과 나무는 태어났을 때 모두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몸도 고목( 枯木)처럼 굳어진다.

하지만 고목은 여전히 고목이지만, 인간의 몸은 자기 의지에 따라 젊어질 수 있다. 이른바 회춘(回春)이 가능하다. 나이 들어 걷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자존감도 멈춰 서기 마련인데, 미리 수련하면 나이 들어 험한 산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옛 선인들은 엄마 몸속에서 깃든 기운은 50살 되면 거의 끝난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수련을 열심히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당신의 현재의 몸은 당신의 역사(歷史)”라고 도반들에게 말하곤 한다. 현재 얼마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여생의 행복함이 판가름 나는 것이다. 병들어 누운 채 오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나 수련 가능한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백문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고사성어가 있는데, 팔단금은 백학이불여일행(百學而不如一行)이다. 몸을 직접 움직여 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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