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식 박사

[신수식의 세상 읽기] 세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기술을 개발하는 전쟁을 넘어 특허전쟁을 해왔으며 특히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인 오늘날 자국의 산업기술을 지키려는 것과 자국에 필요한 중요 산업기술을 빼내가려는 것 사이의 전쟁이 더욱 더 치열해졌다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결코 예외가 될수 없으며 사실상 경제안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2015년 1월 9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최근 10년간 산업기술 불법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무려 5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는 주요 산업에서의 기술 및 이와 관련된 기밀유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방위산업·전략물자의 불법적 수출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까지 그 범위가 크게 확산되는 추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인수·합병(M&A)이나 기술제휴 등 합법을 가장하여 행해지고 있는 가 하면 고급두뇌의 매수 및 스카우트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기밀유출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형태와 수법으로 첨단기술의 유출이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당국관계자는 이날 전통적 산업스파이는 물론이고 외국자본의 국내경제질서 교란 등 신종의 국익침해사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유출 피해가 한해 평균 50조 원으로 추산하여 지난 10년간 500조 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2003∼2013년 해외로의 기술유출 사건 등 총 375건의 경제·안보 침해사건을 적발했다고 하였다. 사실상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사건이 이 정도 규모라면 적발하지 못한 경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후발 경제발전국가들이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핵심산업기술의 유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도 산업기밀유출로 인해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6∼7년 기술 격차도 단숨에 따라 잡힐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우리 한국은 그 동안 연구·개발(R&D)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소재·부품·장비·조립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자동차·스마트폰 등 비교우위분야에서 세계시장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변 경쟁국가의 기업들은 이러한 한국의 산업발전에 주목하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산업스파이와 정보기관까지 동원하여 우리의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의 산업정보·기술, 금융·경제정보, 경영전략, 방산·원전 등 해외 대형사업 입찰정보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국가정보원 등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처럼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기밀이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상황이 더 큰 문제이다. 특히 보안이 취약한 우리 중소기업들의 산업기술과 그 기밀이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 해킹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이버공격으로 인한 기밀유출사건은 언론에 보도돼야 겨우 알게 될 정도다. 산업스파이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고 보호할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산업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자금, 시간이 소요되지만 산업스파이가 기술을 빼내 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점에서 효율성이 최고이기에 산업기술을 빼내려는 유혹과 시도는 결코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산업기술유출이 대량화·신속화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데 그 피해결과는 국가의 산업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최근 기술유출사건은 보안우회 및 화이트칼라 범죄 등 지능화·첨단화되고 있고 인터넷 해킹·대용량이동식저장장치(USB)·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 발달로 대량화·신속화되는 특징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출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인 점은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데 최근 5년간 적발한 210건의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64건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개발된 중요 기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4건은 반도체·조선 등 한국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다른 나라 후발업체의 기술추격이 심화된 분야에 집중됐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분야별 유출 대상 기술은 전기·전자 35%, 기계 31%, 정보통신 12%, 화학 6%, 생명공학 3%, 기타 13%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기·전자와 기계분야가 절반 이상(66%)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유출을 위해 동원되는 수법은 전천후적이고 갈수록 기상천외할 정도라고 한다. 산업스파이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인력매수 및 스카우트, 해외체류 자국인 포섭 등 합법·비합법적 방법을 불문하고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국내업체의 해외매각은 이른바 기술먹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예가 많았다. 현재의 대표적인 예는 휴대전화 3위 업체인 팬택의 해외매각에 따른 기술유출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 팬택이 가진 국내외 기술 특허는 3,500여 건에 달하며 국내 최대이자 세계 2위 자동차용 공기조절(공조)장치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각을 놓고도 첨단기술의 중국 유출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공조기술은 친환경자동차, 전기차의 신기술개발의 핵심분야로 꼽히기에 기술 유출 시 우리산업과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다.

경쟁업체 간 제휴과정에서 인력 빼가기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돌리는 예는 허다하다고 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개인정보유출로 인하여 국가핵심 산업기밀 유출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었으며 보이스피싱으로 금융피해를 통한 2차, 3차 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산업스파이들의 집중표적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그만큼 빼내 갈 첨단·고급기술이 많기도 하지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기술적·제도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기술보안, 사이버보안 측면에서는 최첨단시스템이 아니라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나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현재 상황에서 판단해 보건대 우리의 산업기술유출에 대한 방어 및 방지 상황은 매우 허술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코 우리의 산업기술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방어하지도 못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부터라도 국가 및 정부차원에서 산업기술을 보호 및 방어하고 산업기술유출이나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2차, 3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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