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식 박사

[신수식의 세상 읽기] 2015년 새해가 밝았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적 강국들이 군사력을 집중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식민지시대의 역사, 냉전시대 분쟁 등으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강한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오늘날 세계의 생산기지며 경제중심지로 급부상하여 국가이익에 중요한 이 지역에서 관련 국가들은 세력강화를 꿈꾸며 상호 견제와 협력하고 있다. 이런 동북아시아를 신(新)냉전체제구도의 도래라고 표현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과 대립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군사적 관점에서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지출규모는 전세계 60%에 달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 국방비 총지출규모가 1조 7,470억달러인데 국방비집계가 불가능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의 군비총합이 무려 9,989억달러로 57.2%에 달하며 모두 10위 안에 들어 있다.

G2로 부상한 중국의 국방비 지출규모는 2013년 1,384억 6,000만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며 특히 해군력 강화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최근 집단자위권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군사력 증강에 뛰어들었는데 군비는 한국보다 많은 486억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미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이며 6,402억 2,100만달러로 여전히 전세계 군비의 33%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군비규모 세계 3위의 러시아는 냉전시대 미국과 자웅을 겨루며 양강구도를 이뤘지만 소련붕괴 이후 약화되었으나 강한 러시아를 꿈꾸며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최근 군사력증강기조를 예의주시하며 자국의 국방예산편성에 반영하려는 정책적 성향이 보인다.

동북아 군비경쟁 가속화의 원인을 경제적으로는 상호의존성이 강화되면서도 군사안보이슈에 대해서는 갈등이 증폭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아시아패러독스 때문이다. 지정학적 역학관계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강대국들의 충돌이 지속될 것이고 군비확충경쟁 또한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정학(Geopolitics)은 국제정치의 기본 틀을 우리와 상대의 대립 및 경쟁구도로 파악하는 것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원해 상대를 압박하고 세력권을 넓히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유일 패권이 상대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미·중 양극체제가 등장함에 따라 동아시아 내 지정학적 평화도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군비증강을 바탕으로 접근저지·지역방어(Anti-Access/ Area Denial)개념의 군사능력을 구축함으로써 연근해에서 자주권을 도모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동아시아는 도서지역을 둘러싼 영토주권 분쟁, 천연자원 쟁탈전, 항로 통제, 대만 문제, 강고한 민족주의, 역사문제 등 지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동아시아바다는 편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지 않아 중국과 미국이 휘말릴 수 있는 분쟁 요인은 매우 복잡하다. 언제든 이 지역은 지리적 요건에 더해 경제, 군사, 기술, 이념, 정치적 차이가 혼란스럽게 엉켜 있어서 언제든 상대방 영향권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왼쪽에는 커진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중국이 있고 오른쪽에는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전쟁을 할 수 있게 된 일본이 자리잡고 있다. 북쪽에는 힘을 키워가는 러시아가 있으며 머리 위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세계패권을 재강화 중인 미국이 있다. 핵을 개발한 북한이 군사강국화 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처한 국제환경은 결코 녹녹하지가 않다. 한국은 세계시장인 중국과 가깝게 지내려니 미국과 일본이 눈을 흘기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 가깝게 지내려니 현실적인 위협(경제)의 중국이 불쾌해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또한 지역적 관여에 적극적이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혼자 대항하는 것은 크게 역부족이며 역사적으로 식민지 원한관계에 있는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박성도 있다. 중국은 미군의 중국 봉쇄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거부와 접근거부(A2AD)전략을 수립하고 육·해·공·수중에서 적의 접근을 거부하고 격퇴하는 방어책을 촘촘히 짜고 자국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러·중 양국은 포괄적전략파트너십의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며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제고할 것을 선언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의 위협에 직면함에 있어서 러시아와 함께 미국 유일의 지배체제가 아닌 다극체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 같은 관계가 중·러동맹으로까지 발전하느냐일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해·공군력을 크게 증강시킴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 군비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복잡하고 격렬한 동북아시아 국제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안전과 생존, 그리고 번영을 위해 어떤 대외정책과 국방전략이 필요하느냐일 것이다.

필자는 격동의 동북아에서 한반도가 완충지역이자 주요 거점으로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등 물리적 측면에서 주변 강대국들과 동등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경제력과 군사력 등의 기반이 어느 정도는 바탕이 되어야 중견국가로서 외교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역량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국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프트파워를 더욱 중점적으로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글로벌외교, 전방위외교로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잡고 역내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결합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 간 경제협력이 동북아의 평화증진에 기대만큼 기여하기 못하는 것은 지정학·지경학적으로 동북아평화와 협력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한반도 남과 북이 적대적 갈등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평화와 남북협력은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과 공동번영에 있어서 기초이자 한반도통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남북의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