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필자는 9년차 마케터다. 그리고 식품공학과를 나온 공학도이다. 이러한 출신의 배경탓인지, 음식을 볼 때 때로는 마케터의 입장으로 때로는 공학도의 입장으로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맛집을 평가하고 맛과 재료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식품업계의 마케터 입장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국내를 여행하면서 찾았던 내 마음 속의 맛집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제품개발부터 시작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햄버거의 신제품 출시를 위해 하루에 3개 이상의 햄버거를 먹는 고행길을 4년간 해왔지만, 그런 기억이 추억이 되서 그런지 몰라도 나의 첫 로그를 햄버거로 시작하기로 했다.

필자가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이 세상의 맛있는 햄버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래서 특정 햄버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햄버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모든 로그에 해당할 것이다. 이제 시작해보겠다.

1. 20세기 산업화의 총아 : 햄버거

햄버거하면 보통 정크푸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또한 각종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나는 햄버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분업화이다.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을 왜 햄버거에서 찾을까? 햄버거의 구성물을 소분류하면 번, 마요네즈, 양상추, 토마토, 양파, 패티, 소스로 구성되어 있고, 중분류로 나누어 보면 번, 야채, 패티, 소스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업무는 서로 분리되어 있고 관리되지만 각 재료는 햄버거라는 상품의 구성품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햄버거는 그 제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이 쉬운 편이라 할 수 있다.

햄버거의 맛과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신선도일 것이다. 신선도는 단순히 양상추, 토마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패티까지도 포함이 되는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산지 중심의재료를 사용한 햄버거의 맛은 재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흔히 회를 먹기 위해 동해안을 찾고, 맛있는 한우를 먹기 위해 횡성을 가는 것이 아닌 햄버거의 각 재료가 신선하게 제공되는 곳을 찾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을 것이다.

2. 내 머리 속의 햄버거

"해외여행을 다니면, 꼭 렌트카를 이용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여행사 풀패키지를 이용해서 가는 정해진 일정 속에서는 다양하고 기억에 남는 즐거움을 찾기는 힘들다."

햄버거 메뉴 개발 업무를 하던 4년 동안 국내와 국외 많은 수제 햄버거집과 프랜차이즈를 다녀보면서 느낀 것은 첫번째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구나 였고, 두번째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반드시 손님으로 붐빈다는 점이다.

햄버거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내 머리속의 Top of Mind 1순위는 아직까지는 하와이 오하우섬에 있는 쿠아 아이나(Kua Aina)이다.

쿠아 아이나는 앞서 이야기 했던 신선도 가득한 재료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와이하면 생각나는파인애플을 사용한 쿠아 아이나의 파인애플 버거는 그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을 한다. 쫄깃한 번 위에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 화산석에 구운 양파와 소고기 패티의 맛도 매우 좋지만, 여기에 구운 파인애플을 먹는 순간 차원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미디움 레어의 소고기를 씹을 때처럼 겉은 바삭하고 씹으면 육즙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10년에 이 버거를 먹고, 2011년 이 컨셉을 이용한 햄버거도 출시를 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에 쿠아 아이나처럼 구운 파인애플을 적용하고자 많은 테스트를 했지만, 너무 타거나 너무 덜익거나 하는 맛의 일관성 문제로 굽지안고 제공을 하는 형태로 우회를 했고 맛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통해 출시를 하였고 2011년에 출시 후 고객의 많은 요청으로 2012년 여름에 재출시를 했던 이력도 있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쿠아 아이나의 제품은 아보카도 버거이다. 버거 메뉴 중에서는 가장 비싼 축에 속하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가진 아보카도를 통채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보카도의 숙성도에 따라 입에서 느껴지는 맛의 향연은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대체로 쿠아 아이나에서는 풋풋하고 신선한 아보카도를

사용한다는 점이 몇 차례 방문시 내린 결론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양파와 토마토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데 담백하고 농후한 아보카도의 맛은 강한 향과 맛을 지닌 소고기 패티마저도 때론 잠식해 버린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먹어볼 수 없는 햄버거이기 때문에 꼭 먹어보라는 추천을 한다.

3. 햄버거의 과거와 현재

역사적으로 햄버거는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여 하루의 다양한 일을 해나가는데 충분한 식사로서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머니 사정을 해결해주기도 하고, 간식의 개념으로서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수제햄버거가 많이 오픈을 하고 있고 흥망성쇠를 거듭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제햄버거도 성장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랜차이즈의 큰 성장 또한 햄버거 시장의 성장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더 다양한 타겟과 수요의 증대는 예상가능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햄버거 비즈니즈는 블루오션의 가능성이 더 큰 편이다.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햄버거의 수요도 고가의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한 타겟 운영이가능해질 정도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롭게 꾸며볼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제품의 맛의 일관성이 지켜진다면 말이다.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 / 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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