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부장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성공회 서울성당] ‘로마적(的)’이라는 뜻의 로마네스크 양식은 11~12세기 신성로마제국 때 서유럽 등지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이다. 두꺼운 벽으로 장중한 느낌을 주고 비잔틴 미술의 영향으로 반원과 로마스타일의 아치로 동양적 느낌을 가미한 것이 독특하다. 성공회 서울성당은 제3대 마크 트롤로프(M.N. Trollope) 주교의 주도로 교회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하여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은 뒤, 건축가인 아더 딕슨(Arthur Dixon)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1922년 착공에 돌입했다.

이 성당의 구조적 특징은 건축물 자체가 장십자형(Latin cross)으로 돼 있다는 것과 중앙 전면부를 중심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측면은 건물 전체의 높낮이를 달라 율동감이 느껴진다. 건물 중앙의 큰 종탑과 그 옆에 달린 2개의 종탑, 모서리에 소탑 8개가 생동감 넘치게 이어져 있다. 성당의 십자가 모양에서 가로 구조물은 둥근 아치 형태로 돼 있다. 벽돌과 돌을 이용했기 때문에 층고가 낮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든다.

건축물 전체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분류되지만, 건물 곳곳에는 한국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특히 대성당의 창문은 한국의 문창살 문양을 본떴고, 지붕은 진회색의 한국 기와와 S자로 구부러진 붉은 서양식 기와를 썼다. 지붕 끝은 한국의 처마처럼 섬세하게 처리됐다. 오색 빛깔 무늬의 스테인드글라스(Staind glass)는 성당 내부를 좀 더 차분하게 한다. 청·백·적·흑·황색 등 한옥의 오방색을 썼다면 대제대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떨기나무에 불이 피어오르는 형태와 강렬한 색감을 담았다.

그러나 성공회 서울성당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원 설계도인 ‘라틴십자(장십자)형의 모양을 완성하지 못하고 양쪽 날개와 아래쪽 일부를 뺀 ‘작은 일자형’으로 공사가 마무리됐고 미완성인 상태로 성당은 정초식을 가졌다. 이후 성공회 서울성당은 미완성된 건물을 70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창립 100년을 앞두고 1991년 성당 재공사를 결정됐다. 그러나 당시 원 설계도가 유실돼 공사는 바로 시작되지 못했다. 뜻밖에도 한 영국 관광객이 자신이 근무하는 영국 렉싱턴 지역 도서관에 아더 딕슨의 원 설계도가 보관돼 있다고 성공회 측에 전하면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성공회 서울성당 재건 당시 재공사를 맡았던 김원 건축가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1993년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건축가에게 부탁해 영국 리버풀에서 아더딕슨이 만든 설계도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는 영국으로 가 복사비만 지불하고 원 설계도를 복사해서 국내로 가져왔다. 성공회 서울성당은 1994년 한국 교회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1996년 현재의 모습으로 공사를 마치게 된다.

   <성공회 서울성당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6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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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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