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지금까지의 글들은 대체로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주의할 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결국 ‘두 사람의 건강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신과 의사로 또 부부가족치료사로 일하는 동안 경험한 바에 따르면 어떤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경우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아무리 유능한 요리사라도 상한 재료로는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비유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너무 가벼울까요? 이를 모를 사람은 없겠지만, 그러나 때로는 괜찮아 보여서 또는 괜찮을 거라는 말만 믿고, 혹은 너무 싸니까, 아니면 버리기가 아까워서 요리를 했다가 결국 못 먹게 되거나 불행하게도 심한 병에 걸리는 경우들도 있지 않나요?
​저는 결혼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결혼해서는 안 되는 상대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이런 상대들과 결혼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불행을 피하기 어려우며, 그 어떤 부부치료사라도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대와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자 예방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그런 상대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1) 인격장애

① 반사회적 인격장애​

이들은 소위 ‘싸이코패스 psychopath’라 해서 최근 잘 알려진 유형의 사람들입니다.​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만해도 끔찍한데 이런 사람하고 결혼할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라고 모두 반드시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고 얌전하게 맡은 일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은 자신의 과격함과 공격성을 숨기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며, 때로는 타인의 동정심을 유발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동정심 많은 사람들이 그 희생양이 되기 쉽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서 사회적 약속을 무시하고 약자에 대해서 잔인성을 드러내는 잠깐의 순간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잘못 말했거나 실수로 자신을 불쾌하게 한 경우에는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아주 집요하고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습니다. 이런 경우 그 상대는 자신이 잘못을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과하여 달래느라 쩔쩔맬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런 사람과 결혼한 사람은 결혼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자신이 정말 무서운 사람과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런 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비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감정 반응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거나 오히려 비웃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런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극구 변명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잔인한 폭력성이 드러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과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② 정서불안성 인격장애​

​이런 사람들은 감정의 폭발을 절제하기 어려워서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때면 뭐든지 다 해줄 것처럼 다정하게 굴지만, 기분이 상하는 경우에는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과격한 말과 행동을 합니다. 그러다가 기분이 풀리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기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자기가 기분 좋게 나왔을 때 거기에 호응해주지 않으면, 심하게 화를 내고 비난을 퍼붓기 때문에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은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얼핏 보면 이들은 자기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그 사람의 변덕스러운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조마조마하게 지내느라 일상생활이 불안해집니다.​

심층 심리학적으로 이해하자면,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공허감에 빠지기 쉽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을 곁에 있는 다른 사람 때문으로 전가하여 그 사람이 죄책감을 가지게 하고, 때로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으로 자신의 불쾌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과 결혼하여 살게 된 배우자의 말을 들어보면, 잘못은 분명히 이 사람이 했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이 더 잘못한 것처럼 느끼게 되고 따라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잘못을 빌어서라도 상대의 감정을 달래느라 자신의 자존심은 내팽개쳐두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과 살면서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니, 애초에 이런 사람과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③ 자기애적 인격장애

​이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무엇이든 잘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런 것들은 아무 쓸 데 없는 것이라고 무시합니다. 또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며,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격하고 화를 내면서 타인으로부터는 어떤 조언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평소에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남들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상당히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더구나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내어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되기는커녕 장점으로 평가될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그 심리적 내면에 좌절 상황이나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이 가득 차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들은 아무도 진정으로 신뢰하지 못하여 끊임없이 인정받는 것으로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친절하고 편견 없는 평가를 의심하거나 적대시하여 상대의 의도를 왜곡하고,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끈질긴 투쟁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 특유한 집요함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경제적인 안정도 남들보다 먼저 이루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사는 배우자는 마치 매일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살아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크고 작은 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불만을 말했다가는 아주 잔인한 보복을 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배우자들은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입 발림으로 칭찬과 감사를 던져주고 자신의 속내를 감추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결혼하려고 한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면 미련을 버리고 떠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④ 수동공격적 인격장애

​이런 사람들을 조기에 발견하기란 상당히 어려운데, 이들은 좀처럼 자기 자신을 노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은 좋거나 싫은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겨서 겉으로는 거짓된 평화를 지속합니다. 때문에 상당히 겸손하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으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은 자신에게 부담스럽거나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이들은 싫어도 싫다는 의사를 밝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알았다거나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일을 제대로 마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을 요구 받으면 시간이 없거나 깜빡 잊거나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미처 해낼 수 없었다고 변명합니다.​

이들은 대개 유순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존심이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타인을 믿지 않으며 동시에 타인에게서 거절을 당하지 않으려고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사는 배우자는 그야말로 속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무슨 요구나 부탁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제대로 되는 일도 없고 도리어 문제만 더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들이 애초에 못하겠다거나 싫다고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 그런 말이 전혀 없다가 나중에 상황을 확인해보면 더 난처하게 되어 있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그 배우자는 속이 타 들어가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서 결국 속수무책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사람과 사는 것을 즐겁게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⑤ 가장성 인격장애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연애 상대 앞에서는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합니다. 이것은 상대를 속이려고 하는 것과는 다른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것은 본능적인 현상이고 그것 또한 사랑의 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처럼 좋게 보이려고 꾸며낸 모습을 그 사람의 진면목인 것처럼 알았다가는 결혼 후에 후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자신이 보이고 싶은 모습을 꾸미는 데 능통한 ‘가장성 인격장애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신의 어떤 면들을 감추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잘못 보면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잘 맞춰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자신감이 부족한 만큼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연애 상대 앞에서는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던 사람이 자기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는 응석받이이거나 고집불통인 것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결혼해서 함께 살면서 실제로 경험하게 될 모습은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또 단순한 사치나 과소비는 교정이 가능하지만, 이런 인격장애와 겹쳐진 경우라면 교정이 아주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혼 전에 상대의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둘이 있을 때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너무 크다면 그 사람과의 결혼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잘 판단할 것을 권합니다. 혹시 만약 당신이 결혼을 하려는 상대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을 애써서 막으려 한다면 혹시 상대가 이런 점을 염려해서 그런 자리를 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도 잊지 마십시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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