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저는 이전 글에서 불행을 피하기 어려운 결혼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자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한 예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런 상대들에 대한 두 번째 설명입니다.​

⑥ 무엇인가에 중독 수준에 이르도록 집착하는 사람​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각자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취향은 각 사람이 현실적인 삶에 쫓겨 살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하고 또 그를 그 사람답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취향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삶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현실의 삶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집착이 문제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말로는 인정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단계를 중독이라고 합니다.​

​중독은 대개 그 중독된 대상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분류를 하지만, 그 현상이나 심리적 특성 그리고 현실적 폐해  등은 대개 비슷합니다.​

  i.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의 물질 중독​

  ii. ​화투나 카드, 카지노, 경마 등의 도박 중독​

  iii. ​PC 게임, 인터넷 채팅, 쇼핑 등의 행위 중독​

  iv. ​반복되는 외도나 도착적 행위, 음란물 등의 성 중독​

  v. ​일 중독이나 돈 중독 같은 성취 중독​

이처럼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사람들은 그 바탕에 심리적인 불균형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러는 그 직계 가족 중에 중독자나 우울증 환자가 많거나 어렸을 동안 가족 환경에서 받은 심리적인 상처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런 중독자들의 뇌에서 중독 행위의 결과로 소위 ‘쾌감 회로’가 형성되어 있어서, 이들은 반복적으로 그런 행위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정하지도 않지만, 더러 중독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을 하고 노력하더라도 좀처럼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 때문에 이런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덩달아서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결혼하려고 생각하는 상대가 당신과의 약속을 번번이 깨뜨리거나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어떤 중독에 빠져있다면 그 사람과의 결혼을 재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중독 상태의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단순한 결심 정도로는 정상 생활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격구조 그리고 삶의 조건 자체를 바꾸는 것 같은 수준의 치료가 필요한데, 그것이 쉽지 않아서 그 가족도 그만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특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일 중독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짧게 보면 책임감 있고 야망이 있는 그래서 아주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조금 길게 만나보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존심의 유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매너 좋고 친절한 사람으로 보였더라도 알고 보면 그것도 주어진 역할과 목적에 충실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과 살게 되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당신이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은 ‘돈 중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인 소유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들보다 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는 것이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또는 과도한 사업확장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가족과의 행복은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재산을 확보하였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런 모험을 계속해나갑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진짜 목적은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의 몰입과 목표를 성취한 순간의 쾌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실지로 자신이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싼 외식이나 휴가 등을 준비하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습만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칭찬과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그렇게 보여지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정작 이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외롭고 위태한 느낌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중독의 경우든 이처럼 수단과 목표가 뒤바뀌어서는 함께 살면서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⑦ 이성 관계가 복잡한 사람​

결​혼하여 살다 보면 부부 간에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 중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는 결혼 생활에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배우자를 제외하고는 이성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또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배우자가 불안하게 느낄 정도로 이성 관계가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혼과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배우자 아닌 이성을 만나야 할 때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유로 만나며 그 관계가 어느 정도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여 배우자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런 식의 설명을 하기가 망설여지거나, 또 충분한 설명에도 배우자가 거리껴 한다면 그 만남을 포기하는 것이 결혼한 또는 결혼할 사람으로서 마땅한 자세입니다.​

그러나 성 개방적인 문화의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 중에는 (적어도 자신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배우자의 간섭도 받지 않으려 합니다. 만약 배우자가 알게 되었을 때에는 잠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배우자가 마음을 놓는 것 같으면 또 다시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려고 합니다. 때로는 배우자의 항의를 아예 묵살하거나 심지어 “나를 간섭하려고 하지 말고 너도 네 마음대로 하라.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결혼생활​과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자신의 자유를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과 살게 된다면, 결국에는 이혼을 선택하거나 만성적인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외도를 저지를 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결혼 전부터 이성 관계가 명확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동창이나 회사 동료 또는 사업 상의 (핑계를 대지만 그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이성 상대와의 만남이 잦고, 그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당신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결혼 후에는 달라질 거라는 ‘엉뚱한 기대’를 가지기 보다는 일찍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입니다.​

⑧ 금전 관계가 불분명하고 복잡한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과거에도 그랬지만, 경제적으로 발전된 오늘날에는 더욱 더 ‘돈의 힘’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빚에 쫓겨서 범죄나 자살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뉴스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빚은 견디기 어려운 굴레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를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건전한 경제 관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혼 상대자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족한 수입을 카드 대출로 메우거나 새로 빚을 얻어서 급한 빚을 갚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런 경제적 태도가 습관이 되어 결혼한 후에도 그런 태도를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의 사정을 돕기 위해서 자신이 빚을 얻기도 하는데, 그 뜻은 가상할 지 모르나 이런 태도를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돈을 건전한 생활 수단으로 여기지 못하고 자신의 빈약한 자존심을 세우는 수단이나 목표로 삼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하찮게 여겨서 결국 ‘돈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수입이나 부채 상황에 대해서 배우자에게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맞벌이가 자연스러운 오늘날에는 부부간에도 서로의 수입이나 지출에 대해서 개입을 하지 말기로 하고 결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이혼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이런 합의에 불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어느 한 쪽이 이런 생활방식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금전 관계에서 출발한 상호 불신이 생활의 전반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지금 결혼하려는 사람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도 과연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정말 좋겠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⑨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의존하는 사람

​아직 사회적 경험이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은 적어도 경제적, 공간적, 심리적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 부모에게 의존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혼수나 살림 장만, 그리고 거처 준비는 물론이고 자녀의 양육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과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비록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고 그 부모의 도움부터 받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유나 사정에서건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면 그것을 일종의 부채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비록 그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받을 것만 받고 돌려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인격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 하겠습니다.​

이와는 다소 다르게 보이겠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도 결혼상태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태도가 어느 정도까지는 당신들의 가정에 이득이 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타인에게 고통을 끼치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그런 고통을 끼칠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되지 않나요? 당신은 그런 사람과 결혼하여 같이 살고 싶은가요?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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