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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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송민근의 물구나무] 21세기는 인류가 걸어온 발걸음의 가장 큰 보폭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7세기에 경제학자들이 뿌려 놓은 씨앗이 자본주의라는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와 국가 체제의 발전, 그에 의한 각종 복지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인류의 삶은 혁신적인 질의 상승을 이루게 된 것 같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 예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행복은 더 극대화되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나 웅변 등의 각종 학원을 다녀 보지 않은 20대가 있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태권도는 국가 대표 스포츠라는 인식을 등에 업고 마치 정규 교육 과정이 된 것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도장에 등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체육 사교육의 생태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에 있는 교회 숫자만큼이나 많았던 태권도장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줄어 들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종목의 스포츠 도장이 채우기 시작했다. 주짓수, 킥복싱, 삼보 등 정말 다양한 무술들이 본격적으로 위상을 쌓아올리고 있었고 공통적으로 이들의 특징은 ‘실전성’이라는 것을 표어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것인가? 아니다. 시대의 필요에 의해 스포츠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잠깐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두 가지 무도에 대해 알아보겠다. 그것은 유도와 검도이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법한 이 무도들은 큰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두 종목 전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련생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의 무도라는 것이다.

수많은 국가들에 있는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종목들 중 특별히 두 종목이 빛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도(道)의 개념을 강조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전 국가적 개혁을 실시하였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며 제국주의 후발 주자인 일본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강대국의 대열에 합류시키게 된다. 그 당시 근대화의 바람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일본 내에서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당시 기술 위주로만 존재하던 일본의 유술, 검술 등의 모습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즉 무술의 근대화도 시작된 것이었다. 단순히 신체적 활동, 전투 기술의 개념에 가까웠던 무술에 정신적 측면의 중요성을 도입하며 신체와 정신 모두를 수련하는 무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무도의 개념은 신선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배가 부르게 된 뒤 교육과 정신적, 신체적 발달, 여가에 대한 것들은 사람들이 고민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신체의 단련과 정신적 수련을 모두 포함한 유도와 검도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마치 시꺼먼 시골의 밤에 켜진 전구에 몰려드는 많은 곤충들처럼 이 두 등불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말, 21세기가 되어 다시 바뀌게 된다. 극진회관에서 독립한 정도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는 이종 격투기(다른 종목 간의 격투)의 개념을 K-1이라는 입식 타격 대회를 통해 대중에게 알리게 되었다.

‘어떤 무술이 가장 강한가!’라는 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방식의 경기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입식 타격인 K-1의 뒤를 이어 종합적 성격의 PRIDE도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 두 대회의 차이는 K-1의 경우는 서서 타격을 하지만 상대가 넘어졌을 경우는 다시 일어서서 시작을 하는데 PRIDE는 가장 최소한의 룰만 남겨둔 채 여러 상황에서도 계속 진행된다.

즉 타격기뿐만 아니라 꺾고 조르는 관절기도 모두 허용된 것이다. 여기에다 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UFC까지 국제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되니 사람들의 관심사는 기존의 정신적 수양, 스포츠의 교육적 기능에서 실전성으로 바뀌게 된다. 이 말을 조금 더 개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근대화 되기전 무‘술’이 근대화가 이루어지며 무‘도’의 개념으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다시 실전성을 위한 무‘술’로 가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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