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속초는 필자가 정말 사랑하는 도시이다. 2006년부터 매년 한 번 이상은 다녀오는 속초는 속초를 가기 위해 강변북로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나는 설레고 운전하는 내내 가서 먹을 음식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게 된다. 춘천 고속도로 완공 전에는 청평을 통해 국도로 들어서면서 절경을 감상하면 잠시 잊을 수 있지만,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오른쪽에 펼쳐지는 장관은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속초를 방문하면 대포항 또는 동명항에서 횟감을 사거나, 초당두부집에서 순두부를 먹으면서 속초의 하루를 보낼 것이다. 필자는 회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속초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속초에서는 회는 생각나지 않을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약 10년 이상을 다니면서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최소 다섯번 이상은 먹고 있는 음식만을 선정하여 속초편을 정리하고자 한다.  속초에 대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하여 3부작으로 구성을 해보았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고 그 음식들이 각 나절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며, 그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고 자평하기 때문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영양분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아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감나무집

아침식사를 떠올리면 자극적인 양념과 진한 육수보다는 부드럽고 담백하며 위장에 부담없는 음식을 마땅히 떠올릴 것이다. 아침을 먹고 대문을 나서는 직장인들에게 든든하고 부담없는 배는 힘찬 출발을 하기 위한 지원군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일까 속초를 방문한 첫날의 아침은 대개 감나무집의 감자옹심이를 먹는 편이고, 그 향긋하고 고소한 향과 쫀득하지만 부드러움이 더 큰 매력인 옹시미에 취해 기분좋은 속초의 첫날을 시작할 수 있다. 감나무집의 옹심이를 먹기 전, 필자에게 옹심이는 너무 쫄깃하거나 점도가 강해서 씹는 것에 열중해야만 했던 존재였다. 그렇지만 이 집의 옹심이는 옹심이가 매우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탄력이 있으며 혀를 매혹시키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항아리에 담겨져나오는 옹심이는 뜨겁지 않고 은은한 잠열을 가지고 있어 한입 먹었을 때 온기를 전달해주고 모든 맛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같이 담겨져 있는 칼국수와 팽이버섯은 옹심이가 자칫 줄수 있는 단편적인 맛을 한층 복합적으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면이 주는 즐거움과 은은한 버섯의 향은 감나무집의 옹심이는 더욱 빛나게 한다. 또한 반찬으로 나오는 석박지와 열무는 옹심이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옹심이가 나오기 전에는 에피타이저처럼 입맛을 돋우고, 메인요리의 사이드처럼 옹심이와 마리아주를 자랑한다. 이 옹심이를 한 겨울 눈이 온 다음날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방문할 때마다 한결같은 맛으로 나를 즐겁게 하는 곳이다.

2. 속초 생대구

서울에서도 맛있는 대구탕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이 많이 있다. 신선한 대구와 시원한 국물 또는 매콤한 국물 안에 들어있는 이리와 간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의 생대구탕은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한접시를 다 채울정도의 대구의 크기, 촉촉하면서도 탄력있는 대구살, 진한 치즈의 맛이 나는 이리와 간과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은 아침을 매우 럭셔리하게 바꿔준다. 특히 고니를 한 입 먹으면 포아그라 위 까망베르 치즈를 올려 먹는 것 같은 매우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국물은 자연스러운 감칠맛과 개운함 그리고 담백함이 한 곳에 어우러진 맛을 선사하는데 그것은 신선한 이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곳의 생대구탕은 생대구 보다는 국물, 이리, 간이 더 부각되고 기억나는 장소이다.

반찬 또한 대구탕 못지 않은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어알이다. 입안에 넣었을 때 알들이 알알이 터지는 식감과 청량감은 감히 밥도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밥 위에 청어알을 올려 먹는 방법도 맛있지만, 소금기 없는 김에 밥과 함께 싸먹었을 때 선사하는 그 맛은 대구탕이 나오기도 전에 한 그릇을 뚝딱할 수 있을 정도이다.

생대구탕은 겨울이 제철이기는 하지만, 다른 계절에도 맛있는 맛을 내는 이곳 속초 생대구의 생대구탕을 속초의 아침식사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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