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의 건강人 interview] 2015년 1월 공중파 프로그램에 ‘한겨울 맨발 등산 남’으로 처음 소개될 때, 그는‘기인’이었다. 한겨울의 산을 맨발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포착한 언론은 그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그는 아직 해야 할 말이 남아 있다. 단지‘기인’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이하지만, 대단하고 뚜렷한 신념도 보이는 그의 삶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주) 에스제이트랜드(의류판매)전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평소 맨발로 산을 타는 모습이 방송을 통하여 보였기 때문에‘맨발의 사나이’라고 다들 부른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이제는 거리를 지나다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많이 알려져 있지만, 더 알려졌으면 한다. 오는 7월 25일 (인터뷰 당시 7월 11일) 인사동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을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데. 거기서 나온 수익금은 전액 좋은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이런 행사가 더 알려져야 하지 않겠나. 나는 좋은 일을 행하는 자리면 어디든 달려간다.
오늘 인터뷰에 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잡지가 암 환우를 위하여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취지가 좋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 잡지의 제목인‘세렌디피티’의 뜻을 알고 있는가. 우연한 만남에서 오는 행운이란 뜻이다.
그런가. 참 좋은 뜻이다. 오늘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가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큰 행운이지 않나. 그런 걸 보면 나는 참 인복도 많고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어려울 때 지금 회사의 대표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고, 곧 촬영에 들어가는‘영웅 안중근’의 주경중 감독님을 통해 화인채널의 총재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분들이 앞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큰 도움을 주고 계신다.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부분을 먼저 질문하겠다. '영화 안중근’에 홍범도 장군 역을 맡았다. 어떻게 하여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나.
감독님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TV를 통해 보인 내 강인함이 마음에 드셨나 보더라. 그리고 ‘영웅 안중근’의 출연 제의를 하셨다. 사실 항일운동을 하셨던 김갑곤 선생과 김희곤 선생은 내 외조부와 작은 외조부가 되신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 홍범도 장군 역을 맡게 된 게 나에게는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다.
처음 하는 연기에 대해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감독님에게 따로 주문을 받은 부분은 없다. 그저 내가 지닌 강인함을 영화 속에서 표출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런 거라면 걱정 없겠다 싶었다. 자신감도 있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곳에서 소개되었지만, 맨발로 산을 오르게 된 계기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다.
2008년 리먼 사태의 여파로 큰 빚을 지게 되었다. 투자한 주식도 계속 내림세를 타더라.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날리고 찜질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게 되니까 몸도 한계가 왔다. 오장 육부 멀쩡한 데가 없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
웃기는 얘기하나 해 주겠다. 그때 난 파란색 보드 블록을 못 밟았다. 파란색 옷도 못 입고…, 아무튼 파란색이 그렇게 싫더라. 주식에서 파란색은 주식의 하락을 상징하지 않나. 마음에 상처가 컸던 거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 속상해 하룻날을 잡아 술을 먹는데 구토가 올라왔다. 한참 토를 하다 보니까 내가 피를 토하고 있는 게 아닌가. 놀라서 의사를 찾아갔더니 폐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 때문에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이라고 하더라. 응급으로라도 수술을 받아야 산다고.

#그런데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말했듯이 그때 빚에 쫓겨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금전적, 심정적으로 수술을 받을 여유가 어디 있었겠나. 그 대신 산을 선택했다. 산을 택한 이유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죽어도 산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산을 타는데, 첫날은 100m도 못 오르고 하산했다. 숨이 차서 먼저 죽겠더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부터 계속 산에 올랐다. 8시간 만에 처음으로 산 정상에 오른 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기흉이 낫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기적이다. 본인이 가진 변화에 대해서 좀더 알려 줄 수 있겠나.
산에 오르다 보니 조금씩 기분이 나아졌다. 스트레스가 너무 컸었는데… 심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게 큰 것 같다. 마음의 병이 풀려나가기 시작하면 삶의 의지도 피어난다. 그거면 된 거다. 살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그에 따른 정신력이 받쳐졌는데 무엇이 더 걱정이었겠는가.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 경제적인 부분도 조금씩 해결되면서 내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되었다. 우선 그렇게 좋아하던 술 담배부터 끊어냈다.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들을 하나 둘 고쳐나가기 시작한 거다.
맨발로 처음부터 산을 오른 건 아니고,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고자 후에 시작한 거다. 나중에 누군가로부터 맨발로 걷는 게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알고 시작했던 건 아니지만 나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 거다.

#‘한라에서 백두 그리고 만리장성을 달린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리장성이 끝이 아니다. 중국 대운하도 달릴 것이고 히말라야 등반도 계획되어 있다. 물론 나도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발바닥에 뼈가 있는데 어떻게 뼈에 무리가 안 오겠나. 맨발로 산을 오른다는 건 일반적인 등산 방법에 비해서 몇 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나에게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한다.
아셔야 하는 게, 이런 일은 평소 철저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도봉산 아침 산행을 간다. 회사에서도 쉴 때마다 틈틈이 운동하고, 퇴근해서는 2시간 가량 강변을 달린다. 물론 맨발로. 오로지 맨발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달리기를 마치면 헬스클럽으로 가 단련을 해야 한다. 상 하체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먹는 음식은 또 어떤가. 난 식단 관리에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다. 몸이 이겨낼 수 있고, 내 몸에 맞는 음식만 먹는다. 개인적으로 제품이나 보양식이 모두에게 맞는 건강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주로 자연식에서 영양소를 섭취하려고 한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물으면 평소 키위와 토마토를 많이 먹으라고 한다. 또 몸에 쌓인 중금속 제거를 위해 도토리를 활용한 음식을 즐겨 먹을 것을 권한다.

▲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9월에 만리장성을 맨발로 달린다. 매일 20km씩 50일간 달리는 대장정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CCTV에서 개․폐막식 생중계를 준비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보기에는 무모해 보일 정도로 힘든 일이다.
이번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를 통해 기운을 얻고,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데 어떻게 그만 하겠나…  걱정할 필요 없다.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이 프로젝트를 꼭 성공시킬 것이다.

#이런 힘든 퍼포먼스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회사의 홍보와 개인적인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것이 내 목적이 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계적인 영웅이 되는 일이다.

#영웅? 정말 영웅이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인가.
나는 영웅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모두가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나에게 더욱 주목하게 된다면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여기서 미리 짧게 얘기하겠다. 잘 들어줄 수 있겠나. 먼저 남북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다. 이런 슬픈 현실이 또 어디 있겠나 싶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소외당하는 계층이 항상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정말 세계적 영웅이 된다면 이런 일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에게 힘있게 외칠 수 있지 않겠나.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뜻이라면 독자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고 보태줄 것이다.우리 잡지는‘암 환우‧가족들을 위한 희망보고서’라는 이름 아래 출간을 하고 있다. 이 분들에게 조승환 씨가 가진 기운이 전해졌으면 한다.
우리 아버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다른 친지 식구들도 암으로 계속 고생을 하셨기에 그 분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있다. 어떠한 암에 걸렸더라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맨발로 산에 오르다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그게 고비다. 그 순간을 넘어서면 다시 오르는 힘을 얻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전환시켰다. 힘들겠지만, 지금의 고통을 삶에서 만난 신호등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멈추어 있는 것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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