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감성이 있는 일상]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 시즌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오고, 특히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 된다. 하지만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 꼭 멀리 나갈 필요는 없다. 국내에서도 이국적인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두 전시회가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폴란드-천년의 예술’ 과 예술의 전당의 ‘모딜리아니-몽파르나스의 전설’ 이 그것이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동안, 지난 겨울에 다녀왔던 유럽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 두 전시회에서는 각각 폴란드와 파리의 이국적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폴란드-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의 고향
‘폴란드-천년의 예술’ 전은 바르샤바 왕궁 및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한국으로 많이 가져온 전시로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폴란드의 두 영웅으로 불리는 쇼팽과 코페르니쿠스가 남긴 흔적들은 특별 전시되었으며, 중세부터 20세기에 이르는 폴란드 예술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구성 방식은 전시회의 장점이다.

전시를 보면서 폴란드와 우리나라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란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에 있는 평야 지역에 위치한 나라이기 때문에, 전쟁과 침략이 잦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폴란드 고유의 국가적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왔고, 그 정체성이 예술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았다.

많은 폴란드의 예술가들 중에서도 쇼팽은, 조국 폴란드를 향한 향수와 애국심을 그의 뛰어난 작품 속에 녹여 넣었기 때문에 폴란드의 국민적 영웅이다. 쇼팽이 태어났을 때 폴란드는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 3국에 의해 분할 점령 당한 상태였고 쇼팽은 19살이 되던 해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쇼팽은 프랑스에서 살면서도 조국 폴란드를 잊지 않았고, 조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멜로디 속에 남아 자유를 빼앗긴 폴란드인에게 희망을 주었다. ‘폴란드, 천년의 예술’ 전에서는 이러한 쇼팽의 기록들을 그의 음악과 악보, 쇼팽의 일생을 보여 주는 영상과 함께 특집 전시하고 있다.

지동설의 제창자 코페르니쿠스 역시 폴란드의 대표적인 위인이다. 그 당시 권위를 지녔던 천동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동설을 주장하였으며, 중세적 우주관을 근대적 우주관으로 전환시켰다. 사람들은 그의 발상을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이라 불렀다. 괴테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보다 인류의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발견은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연구하던 서적들과 코페르니쿠스를 그린 그림은 그의 연구 업적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 코페르니쿠스가 연구하던 서적

폴란드의 예술은 동유럽과 서유럽의 문화를 모두 보여준다. 폴란드 중세 시대의 기독교적 그림을 보면, 서유럽의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교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반면 몸에 붙는 서유럽의 귀족 의상들과 달리 퍼지는 느낌의 폴란드 귀족 의상들을 보면, 동양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지닌 폴란드의 예술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여행의 이국적인 느낌을 선물해 주었다.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몽파르나스는 파리의 중심지로서, 많은 예술가들이 찾았고 화가들이 아뜰리에를 차리던 지역이다. 파리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몽파르나스 타워인 만큼, 예술의 중심지로 불리는 파리를 대표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몽파르나스의 전설로 불리는 화가 모딜리아니의 작품 전시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은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보다 개인 소장이 많기 때문에, 작품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모딜리아니 전시는 그의 화풍을 감상하면서도, 파리의 분위기까지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모딜리아니는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몽파르나스의 왕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잔느 에뷔테른느를 만나기 전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만났고,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인물화에 그의 모든 작품 정신을 쏟았기 때문에, 다양한 여성들을 그렸다. 모딜리아니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은 당대 파리에서 유행했던 패션 문화를 보여주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모딜리아니가 여성들만 그린 것은 아니다. 모딜리아니는 몽파르나스의 카페에 우연히 만난 많은 사람들을 그렸고, 당시 파리에서 명성이 있던 문학가, 화가, 유명인들을 그렸다. 따라서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파리의 역사와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모딜리아니의 인물화

모딜리아니는 수많은 인물화를 그리면서, 대부분 인물의 동공을 그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물화를 그리는 것이 그림 속 인물과 내면적으로 교감하는 것이라 믿었던 모딜리아니는,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의 눈을 대부분 아몬드형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할 때 진심이 더 잘 전달되는 이유와 때로는 우리가 상대방의 눈빛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몽파르나스의 전설로 불리면서도, 모딜리아니는 그 흔한 파리의 풍경조차 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의 인물화에서 파리의 사람들을 보고, 화가와 인물 사이의 교감을 확인한다. 모딜리아니전은 이렇게 파리를 느끼고, 사람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전시이다.

일상이 지칠 때,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런 순간에, 위의 두 전시회처럼 잠깐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낯선 감성과 분위기를 즐기고 오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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