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의 이것저것] 1976년, 현재 자타공인 국내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초 자체 모델인 ‘포니’를 생산함으로써 자동차 역사에 진입한다. 시간이 흘러 2009년, 현대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현대만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 1.0(Fluidic Sculpture)‘을 공개하며 새로운 모습의 YF 소나타를 출범시켰다. 현대자동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 1.0라는 촉매를 통해 10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을 노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이에 힘입은 현대는 2013년에 뉴 제네시스를 필두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을 내세우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플루이딕 스컬프쳐’와 상관없이 현대자동차에게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한달 전, 부모님과 함께 독일 차량의 대리점을 방문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옵션에 대해 설명하는 국산차 회사와 달리 에어백, 구동력 같은 차량 자체의 필수적인 기능만을 강조한다. 이런 이질적인 차이는 실제로 수입차 시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해마다 수입차 판매는 15%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국산차는 시장 점유율 7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산차 대표 고급세단인 ‘에쿠스’는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 판매량은 3474대로, 연간 1만대 판매율을 기록했던 2012 ~ 2013년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반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S-CLASS는 구매해도 인수과정 까지 몇 달 이상 기다려야 된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6272대가 팔렸다.

▲ 에쿠스(좌)에 비해 판매량에서 2배 이상의 우위를 범하고 있는 벤츠 S-CLASS(우)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판매실적은 전에 비해 줄고 있는 추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 - 과한 라인업 : 2014년 10월,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와 그랜저의 사이에 포지셔닝(positioning)을 하기 위해 아슬란을 출시했지만, 현대의 의도와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질적 이였다. 소비자들은 소나타–그랜저–아슬란–제네시스-에쿠스라는 과하게 늘려댄 라인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과거에 그랜저는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였지만, 에쿠스의 등장으로 위엄을 잃었는데 이들 사이에 또 제네시스에 아슬란까지 투입한다면 그랜저의 가치는 낮추고 제네시스의 가치를 보다 무리하게 올리겠다는 뜻으로 보였던 것이다. 결국 아슬란은 지금도 판매량은 갈수록 줄고 있고, 조기단종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두 번째 원인 – 현대기아의 일반화 : 국내 커뮤니티 차량 사이트를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흉기차’라고 폄하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현대&기아=흉기’ 일반화를 형성한 원인제공은 바로 현대와 기아, 장본인들이다. 뉴스를 보면 종종 국산차에서 에어백과 급발진 사건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해당 사건들을 현대와 기아가 무책임한 태도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원인 – 끊임없는 뫼비우스의 띠 : 현재 차량 시장에서 일본은 ‘하이브리드’를, 독일은 ‘디젤’을 강조한다. 아직까지는 국산차는 기술력 차이로, 신차 모델을 출시 할 때 가솔린 모델을 공개하고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부정적이다. 현대차가 안전을 보증하면, 소비자들은 디자인으로 비판한다. 현대차가 디자인을 보장하면 연비로 비판한다. 현대차가 연비를 보증하면, 소비자들은 다시 안전으로 비판한다. 뫼비우스의 띠다.

이렇게 현대자동차의 문제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해결책으로 디젤 혹은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나, 페이스리프트 아니면 부랴부랴 자사의 기술을 강조하지만 이는 그저 해결책이 아닌 진통제일 뿐이다. 앞서 말했던 일반화로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의 마케팅을 ‘애국심마케팅’이라 치부하고, 기술은 꼼수라고 간주한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상반된 판매량이 해당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증한다.

세계적인 회사로 진출하려면 가장 중요한 고객부터 고려해야 하는데, 현대는 한국 소비자들의 호의가 지금껏 권리인줄 알았다면 개선이 시급하다. 위기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라는 말이 있듯, 현대자동차가 해결책과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현재 상황을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다. 우선사항이 뭔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소비자들과 대화를 통한 직접적인 피드백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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