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ANA 인스피레이션, KPMG 우먼스 PGA 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US 여자오픈, 얼마 전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이 대회들은 LPGA 무대에서 5대 메이저 대회라 불린다. 이 대회를 모두 우승한 대한민국 선수가 있을까? 바로 골프계의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어쩌면 이미 전설이 된 대한민국의 박인비 선수다.

박인비 선수는 2008년 US 여자오픈에서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3년, 4대 메이저 대회 중 3개 대회를 3연속으로 우승하며 골프 역사상 63년 만의 진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 아널드 파머, 소렌스탐 등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알만한 선수들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었다. 그 해 이 기록과 함께 한국인 시즌 최다승 기록을 6승으로 갈아 치우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전설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 사진:JTBC GOLF 화면 캡쳐

보통 프로 골프 세계에서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를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5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면 슈퍼 그랜드 슬램이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6명뿐. 이들을 살펴보면 아니카 소렌스탐, 루이스 석스, 팻 브래들리, 미키 라이트, 캐리 웹, 줄리 잉스터 등 모두 골프 여제, 전설로 알려진 선수들이다. 지난 3일 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한 박인비는 이 선수들과 함께 골프 역사에 이름을 올린 7번째 주인공이 됐다.

물론 그녀의 기록에 질투하는 미국의 몇몇 언론들도 있었다. 그들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5승을 거둬야 한다며 박인비 선수가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가 되기 전에 우승을 했기 때문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LPGA가 “메이저 대회는 2∼5개 등 유동적으로 운용되어왔고 골프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된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을 가볍게 종식시켰다.

▲ 사진:JTBC GOLF 화면 캡쳐

올해는 박인비의 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박 인비 선수는 현재 랭킹 포인트 13.67점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인비 선수는 이번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45만 달러의 상금을 추가하며 상금 왕 타이틀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총 218만 달러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200만 달러를 넘기는 진기록을 보여줬다. 또한 올해의 선수 수상도 유력하다. 박인비의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235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리디아 고보다 101점이나 높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013년 받았던 올해의 선수상 타이틀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 사진:JTBC GOLF 화면 캡쳐

이제 마지막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제패한다면 캐리 웹에 이어 두 번째로 슈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인비 선수는 9월에 있을 에비앙 챔피언십에 대한 질문에 “2012년에 우승을 한 번 했고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그 대회가 열리고 있다. 트로피도 우리 집에 있고 거기에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만 그 이후로 메이저로 승격한 대회기 때문에 한 번 더 우승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 골프 팬들과 언론의 시선이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다. 평정심의 여왕, 돌부처, 포커페이스. 한국의 골프 여제 박 인비에게 달린 수식어다. 박인비 선수는 어떤 상황이 주어지든 넘어진다면 다시 일어나 나아갈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줬던 브리티시 오픈 때의 짜릿한 역전 우승처럼 말이다. 이제 내년에는 리우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달고 경기를 펼칠 것이다. 또 한 번의 역사를 쓰게 될 그녀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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