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탱의 인간생활 관찰기]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그녀와의 첫 데이트.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시원한 바람이 고즈넉이 불어오는 가을 날씨도 당신을 응원하는 듯하다. 눈여겨 뒀던 경치 좋은 카페 테라스에서 그녀와 마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때, 그녀의 뒤로 8등신의 S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지나갔다.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눈. 이윽고 스치는 불안감에 당신은 황급히 내 앞의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미 늦은 듯하다. 몇 초간의 적막을 깨고 그녀가 말한다. “오빠는 저런 스타일 좋아하나 봐?”

모두 한 번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에어컨이 세게 나오는데도 식은땀이 나오는 상황. 내 옆의 그녀가 아무리 예뻐도 저절로 돌아가는 눈을 어쩌란 말인가 하며 억울한 마음도 들고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며 머리를 굴리기도 한다. 내 옆에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는데도, 왜 우린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자연 상태 인간의 뇌가 산만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위험성은 없는지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2004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한 논문은 “감각은 받아들일 재료가 있을 때 잠재적으로 눈에 띄는 중요한 시각물에 재빨리, 비자발적으로 관심을 옮긴다.”라고 표현하였다. 또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마야 파인스는 정지되거나 변하지 않는 대상은 풍경 일부가 되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1) 이는 우리의 뇌가 정지되거나 변하지 않는 대상들에 대한 관심도를 낮추어 뇌가 눈에 띄는 중요한 시각물에 더욱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선을 옮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따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시선을 옮기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에게 눈이 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평범한 사람들을 보다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게 될 때, 우리의 뇌는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자극받게 된다. 그리고 뇌는 그 자극에 맞춰 시선을 움직이도록 반응하는 것이다. 노출이 심한 사람을 볼 때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볼 때 우리의 시선이 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해운대 주변엔 자연스러운 비키니 차림도 일반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도, 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노출이 한국에서는 남사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도 문화적인 이유와 더불어 이 자극과 반응에 있다.

결국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에게 눈이 가는 것은 애인에 대한 사랑의 결여도 취향의 문제도 아닌 뇌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과학이고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린 억울해할 필요도 없고 서로에게 섭섭해 할 필요도 없다.

당신은 이 짧은 칼럼을 통해 앞으로 써먹을 만한 좋은 모범답안을 얻었다. 기존의 “보긴 봤는데 여기 여자 중에선 네가 제일 예뻐” / “나 저런 스타일 정말 싫어해!” / “나 메뉴판 본 거야~ 너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 하나 사올까?”와 같은 고전 모범 답안에 덧붙여 “내가 비록 뇌의 자극과 반응 작용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시선을 옮기긴 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은 너야”라는 또 하나의 답안. 당신이 여러 답안들 중 어떤 답안을 고르든 간에 슬기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부디, 좋은 결과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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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컬러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2010, p.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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