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솔의 청춘을 위한 넋두리] 매주 일요일 5시가 되면 필자는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재빨리 TV 앞으로 간다. 스타 아빠와 어린 아이들이 엄마 없이 함께 보내는 48시간을 담은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기 위해서다. 특히 삼둥이는 특유의 귀여움으로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삼둥이 사랑은 단순한 TV 시청으로 끝나지 않는다. SNS에 올라오는 클립 동영상과 사진으로 삼둥이의 일주일을 예습, 복습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삼둥이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누구는 대한이가, 누구는 민국이가, 누구는 만세가 좋네 하면서 삼둥이의 잔망스러움과 깨물어 주고 싶은 귀여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 사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매번 방송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짐을 느낀다. 마음속으로 여러 의문점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삼둥이가 다른 집에서 자라고 있다면 지금처럼 활기차고 예쁘게 자랄 수 있었을까? 삼둥이의 어머니가 고위층 전문직이 아니었다면, 아버지가 시간을 비교적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삼둥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혹은 물음을 바꿔서, 훗날 내가 직업을 갖고 결혼을 했을 때 과연 아이를 가지겠다는 결심을 할 수는 있을까?

사람들이 이제 대한민국의 청춘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란다. 그런데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도저히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전문직을 갖고 높은 위치까지 오르고 싶다면, 이미 3포세대라고 불릴 때부터 포기해야하는 목록에 속해있던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한 대안이 아닐까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만 15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50.1%였고, 그 중 20, 30대는 21.8%에 그쳤다. 출산 및 육아휴직 제도도 그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직일을 제대로 타 쓸 수 있게 배려하는 가족 친화적 직장도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에 국한된 얘기다. 대체 인력 풀이 갖춰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장 같은 경우 휴가를 당당히 쓰는 것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특히 남성이 회사에 육아휴직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했을 뿐인데, 상사로부터 “너 승진하기 싫으니?”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는 사례는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속 얘기다. 육아휴직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기상천외한 회사 측의 대답들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솔직하게 시사 이슈를 다루는 게 콘셉트인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요즘 청춘들이 취업 준비에 바빠 결혼, 출산을 꿈꾸기는커녕 연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에 대해 한 패널은 냉소적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전쟁 통에도 애 낳고 다 합니다.” 필자는 이 말에 역시 쿨하게 대답해주고 싶다. “지금이 전쟁 통보다 더 심한가 보죠, 뭐.”

22살 대학생인 필자가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현실도 겪어보지 않은 어린 애의 불평불만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불만을 제시해야 사회가 점차 나아질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아이를 낳게되고 살아진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양되어야한다. 조금은 다른 뉘앙스에서 ‘어떻게’하면 아이를 잘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건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둥이를 TV가 아닌 옆집에서 볼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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