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의 태평가] 우리는 무수히 많은 소음 속에 노출 되어있다. 자동차 클락션이나 기계음 같이 사전적 의미의 소음부터 대학은 어딜 나왔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결혼은 언제할건지 같이 아무리 좋은 목소리라고 해도 귀에 닿는 순간 소음이라 치부해 버리는 소리들까지. 한동안 온갖 매체에서 지겹도록 얘기하던 ‘힐링’이 , 주인 잘못 만나 혹사당하고 있는 우리의 귀에게 시급하다. 온갖 부정적인 소리로 피곤해진 귀에게 음악만한 좋은 치료제가 또 있을까.

그대, 충분히 아름답다: GOT7-딱 좋아
외모 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요즘, 얼굴형이 어떻고 다리 길이가 어떻고, 우리의 외모는 정육점의 고기마냥 부위별로 평가당하고 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 100가지 생김새가 있기 마련인데, 미의 절대적 기준이 무엇이기에 다들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행인을 붙잡아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게 늘여서 죽였다는 신화 속 이야기처럼 우리는 미의 기준이라는 침대위에 타인을, 때로는 자신을 눕히고 있다.

GOT7의 노래는 당신이 말하는 당신의 못난 부분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지금 그 모습이 딱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얼굴이 예쁜’ 혹은 ‘몸매가 멋진’ 당신이 좋다는 대중가요는 많았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다는 노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우리는 모두 꽃이고 모두 빛나고 있다. 붉은 장미가 있다면 수수한 들꽃도 있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있다면 은은한 달빛도 있듯이. 그대, 충분히 향기롭고 반짝거리니, ‘딱 좋아’의 가사처럼 지금 그 모습이 딱 좋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 제이레빗-요즘 너 말야
우리는 모두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기분이 어떠하든 우리가 맡은 바를 수행해야한다. 고민이 많다는 이유로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거나, 직장인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이해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무도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남들이 알 바 아니다. ‘요즘 너 말야’는 누군가가 알아채주길 간절히 바랐던, 내 기분을 물어오며 시작된다.

가사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가 되었건, 되지 않았건 우리는 20살이 되자마자 어른이라는 무거운 자격을 얻었다. 그동안 배운 것이라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게 다였던 우리에게 교과서에도 문제집에도 없는 ‘어른 되는 법’은 너무나도 어렵다. 수업료는 또 얼마나 비싼지, 때로는 어른이 되기 위해 눈물도 흘리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왜 그렇게 어른이 되기를 갈망했는지 모르겠다. 자유롭게 술과 담배를 할 수 있어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는 대신에 받는 대가치고는 너무 가볍지 않은가. 간절히 바랐던 어른이 되었지만, 간절히 바란다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같이 흙장난을 치다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던 꼬맹이들은 그새 머리가 조금 커졌다고 잔뜩 서로를 경계하고 빠르게 머리 굴리는 소리를 낸다. 다들 계산하느라 바빠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가 두렵고 원래 쥐고 있던 인연들과의 관계에도 회의감을 느낀다. 휴대전화는 전화번호로, sns 계정은 친구로 가득 차있어도 마음은 텅 비어있다.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어렵지 않느냐고, 힘들진 않느냐고 물어오는게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화려한 기교도, 폭발적인 가창력도 없는 제이레빗의 목소리가 눈물이 핑 돌게 만든다.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문제는 그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다. 상처를 잘 치료하면 새살이 돋고 방치하면 곪아 버리기 마련이다. 혹시 그동안 너무 빨리 달리느라 상처가 생긴 것도 모르고 있진 않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묻어뒀던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 치유라는 것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맛있는 것을 먹는 일이든, 잠을 실컷 자는 일이든,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면 그 것이야 말로 진정한 치유 아닐까.

나에게 있어 이번 방학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중국어도 배우고 하루 종일 영화도 보고 ,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한 주에 한 개씩 칼럼을 써야한다는게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과제였지만, 내가 과제를 하는 동안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 어쩌면 내 머릿속이나 컴퓨터 문서 속에서 평생 방치되었을지도 모를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글이 되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은 너무나도 짜릿했다. 대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 남들처럼 자격증을 따지도, 토익 점수를 올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후회 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고개를 저을 수 있다. 별것 아닌 글들이 나에게는 참 별것이었다. 내 글이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았길, 그 누군가는 빼앗긴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느꼈길 바라면서 특별했던 나의 22번째 여름을 마무리지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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